식탐 없으니 편집은 더 까다롭게
“어릴 때부터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배가 고프지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만 먹어주면 충분했고, 그 정도의 상태가 좋았어요. 식탐이 없으니 편집이 까다로워지던데요.”
‘과식’은 남의 얘기인 PD가 국내 안방에선 최초로 시도된 ‘먹방 드라마’를 시즌제로 이끌며 호평받았다. 지난해 목요드라마로 출발, 시즌2에선 월화드라마로 확장한 ‘식샤를 합시다’의 박준화 PD다. 드라마를 마치고 만난 박 PD의 얼굴은 시즌1 연출 당시보다도 홀쭉해졌다. “시즌1을 촬영하면서 6kg이 빠졌는데, 원래 몸무게로 회복되기 전에 시즌2에 들어가면서 또 6kg이 빠졌다”고 한다.

배우들에겐 그렇게 먹으라고, 심지어 “맛있게 먹으라”고 하던 PD인데 정작 본인은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심지어 먹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살까지 빠진다. 먹는 장면을 편집할 땐 “저게 맛있어 보여?”라는 까탈스러운 시선이 입힌다고 한다.
케이블 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시즌2는 시즌1을 함께 했던 윤두준과 더불어 배우 서현진 권율 황석정 이주승이 출연, 지난 2일 종영했다. ‘먹방’과 1인가구 트렌드를 결합,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그려내자 반응이 좋았다. 한동안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tvN 월화드라마의 시청률을 최고 3%대까지 끌어올렸고,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라는 호평이 따라왔다.
“새로운 시즌을 기획할 때마다 이전 시즌과의 차별점을 생각해요. 사실 시즌이라는 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잘 된 드라마를 또 다른 콘셉트로 진행할 수 있을 때 기획을 하는 거죠. 드라마를 할 때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진 않아요.”
시즌제 드라마의 정착이 열악한 국내 안방에서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를 이끌었고, ‘식샤를 합시다’까지 시즌제 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으니, 박준화 PD에겐 ‘시즌제 PD’라는 별칭도 생겼다. 별칭에 걸맞는 원칙은 “다음 시즌을 위해 이번 시즌에 써야할 걸 아껴두지 말자”,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음은 없는 것처럼 한 시즌에 올인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전 시즌을 통해 배우들의 ‘먹방’과 1인가구에 집중한 스토리텔링, 적재적소에서 긴장감을 유발한 스릴러 문법이 학습됐던 데다 ‘먹방’ 이슈는 ‘쿡방’ 트렌드로 방향을 전환한 상황에 시즌2를 앞둔 제작진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죠.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드라마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서로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박 PD와 임수미 작가는 자신들의 ‘주특기’인 사연과 상처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바탕으로 조미료를 쳤다. 보편적인 일상은 공감의 폭이 넓지만 새로움을 끌어내기 힘들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반전있는 뜻 깊은 하루”를 표현하기 위한 드라마적 장치는 러브라인의 강화와 스릴러, 문의까지 잇따르는 맛집 먹방으로 나타났다.
‘음식’은 이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주요한 장치였다. 스토리에 맞는 음식 아이템을 선정하면 박 PD는 “작가들에게 회식비를 쥐어주며 맛집을 탐방”하게 했다. 그 뒤는 연출의 묘수였다. 명색이 ‘먹방 드라마’이기에 “최대한 맛있어보이는 연출”을 위해 필요에 따라 고속카메라도 동원했다. 시각적인 느낌과 함께 청각의 효과를 극대화해 영상에 담으니 어지간한 요리 프로그램 부럽지 않다. 최대 8분, 평균 3~4분 분량의 먹방은 배우들에게 더 잘 먹을 상황을 만들어줬던 제작진의 노하우로 몰입도를 높였다. “배고플 때 먹는 건 기쁨이지만, 배부른 상태에서의 식사는 고역”이라는 점을 ‘식탐 없는’ PD도 잘 알고 있었기에 “대화장면 등 다른 촬영분량을 끊어서 먼저 찍고, 제일 마지막에 음식을 먹게 했다”는 설명이다.
‘식사’를 매개로 스토리를 풀어간 드라마는 스핀오프물인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가제)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조만간 다시 찾아온다.
[사진제공=CJ 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