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방송① 예능] 나영석은 또 웃었고, 히트예능엔 ‘시청자 참여’가 있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가에서 시청자들의 변화를 가장 기민하게 포착하는 동네는 예능국이다. 지난 6개월, 무수히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청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몸부림에 인기코드에 편승한 프로그램도 숱하게 등장했고, 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선 시청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기존의 것을 변주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았다. 흥행불패 신화는 나영석 CJ E&M PD를 통해 완성됐다. 나 PD는 예능PD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의 왕관을 쓰며 플랫폼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히트예능을 만들어냈던 지상파 예능PD들은 케이블과 종편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예능왕국을 만들더니 이젠 ‘기회의 땅’ 중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2015 상반기 히트예능…“여러분의 참여가 간절합니다”=올 상반기 인기를 모은 세 편의 예능은 TV가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준다. 소재와 형식은 각기 다르다. 음악예능, 1인방송, 요리예능(쿡방)으로 묶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들은 ‘시청자 참여’라는 공통분모가 탑재한다. 다른 말을 빌리자면 ‘인터랙티브’ 즉, 쌍방향 콘텐츠로 정리할 수 있다. 


MBC ‘일밤-복면가왕’은 기존의 음악예능을 변주한 새로운 형태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이미 올 9월까지 출연 예정자가 꽉 찬 이 프로그램은 부진했던 ‘일밤’을 되살린 일등공신으로, 추리와 반전ㆍ재발견의 묘미가 어우러지며 시청자를 프로그램의 참여자로 이끌고 있다. 특히 팬심을 등에 업은 아이돌 가수들이 등장할 때 누구보다 ‘매의 눈’이 되는 네티즌의 추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방송 이후면 더 뜨거워지는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은 ‘복면가왕’이 추리 형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참여의 공간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같은 방송사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과 TV를 연계하는 실험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마리텔’은 출연자 개개인이 각자의 콘텐츠를 무기로 1인방송을 진행, 접속자 수로 순위를 매긴다. ‘마리텔’은 일방적인 전달자 역할을 해왔던 TV가 스스로의 권력을 내려놓으며 플랫폼을 넘나들었고, 시청자를 제작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지상파 최초의 콘텐츠라는 파격을 안고 태어났다.

인터넷 방송이 포맷의 출발점이기에 접속하는 시청자가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방송이다. 지난 2일 기준 ‘마리텔’의 인터넷 생방송 접속자는 무려 20만명(다음 카카오 집계)으로, 프로그램의 박진경 PD는 ”설 특집 파일럿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5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2015년 상반기는 바야흐로 쿡방 전성시대였다.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셰프들은 스타가 됐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선봉에 섰고, tvN ‘집밥 백선생’은 바통을 이어받았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튜디오에 출연한 연예인 냉장고 속 재료들로 15분간 요리대결을 펴고,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이 4명의 남자연예인(윤상 김구라 박정철 손호준)에게 매회 요리를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자체로 완결성을 지녔으나, 방송 이후 또 다른 현상이 빚어진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두 프로그램의 제목을 검색하면, 수많은 블로그에선 레시피를 재연한 사진과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시청자들이 셰프들의 레시피를 습득해 직접 만들어본 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 SNS 등을 통해 피드백을 남기는 등 참여의 공간을 열어주며 또 다른 화제성을 끌어내고 있다.

▶ ‘꽃할배’에 ‘삼시세끼’까지…흥행불패 나영석=“‘프로듀사’는 너무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라 쫄아있죠.”(나영석)

“금요일 밤의 어벤져스는 ‘삼시세끼’잖아요.”(프로듀사 제작진)

지난 5월 동시간대 첫 방송을 앞두고 KBS2 ‘프로듀사’와 tvN ‘삼시세끼’ 측은 서로를 향한 견제구를 던졌다. ‘프로듀사’는 지난 19일 17.7%(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종영했고, ‘삼시세끼’ 역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써내며 동시간대 비지상파 계열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결과적으론 서로에게 뒤지지 않는 화제성과 시청률을 냈다. 


이 와중에 나영석 PD의 활약은 올 한 해도 대단했다. 올초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삼시세끼 어촌 편’으로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사실 예능가에 불고 있는 ‘쿡방’(요리하는 방송) 트렌드는 나영석 PD가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삼시세끼’를 통해 요리 문외한 이서진 옥택연의 자급자족기를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어촌 편에서 전문 셰프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차승원을 통해 열기를 더했다. 뒤이어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편을 통해 꽃할배 4인방(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에 남매짐꾼 이서진 최지우의 조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완연한 봄과 함께 찾아와 현재 방영 중인 ‘삼시세끼 정선 편’까지 이어진 흥행 저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나영석 PD는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PD 최초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나영석 PD도 시청자의 사랑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확신하진 않는다. 앞서 진행된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나 PD는 “늘 프로그램이 망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지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나 망할 수 있고, 또 일어설 수 있다. 지금 망한다면 받아들여야 하고 잘 되면 감사하면 된다”며 “당연히 그게 지금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몇 편의 히트예능을 통해 자기색을 구축한 나영석 PD는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가 됐다. 고유의 색깔이 깊어질수록 보편적 정서가 더해진다. 지난 2013년 ‘꽃보다 할배’의 첫 시즌을 시작으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흥행불패다.

▶‘2차 엑소더스’ 중국으로 향하는 지상파 예능PD들=드라마로 촉발하고 K-팝으로 성장한 ‘한류’는 2013년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의 중국 진출을 계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MBC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가 중국에 수출,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PD와 국내 인력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플라잉 PD)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자 ‘예능한류’가 대중문화계의 화두로 떠올랐고, 그 발원지가 된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부작용이 나왔다. 지상파 예능PD들의 2차 엑소더스 현상이다. 케이블 채널과 종편 채널이 첫 번째였다.


‘예능한류’의 시작을 알린 김영희 PD가 최근 MBC를 퇴사하고 중국으로 향했으며, MBC에선 김 PD의 뒤를 이어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위대한 탄생’를 연출한 김남호, 이병혁, 이민호 PD가 지난 몇 달 사이 사표를 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 C&C는 지난 17일 KBS 예능국 출신 이예지 PD를 영입,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확대”를 공식화했다.

SM C&C는 KBS에서 ‘안녕하세요’ ‘달빛프린스’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 등을 연출했던 이예지 PD를 중심으로 “콘텐츠 기획실을 신설해 글로벌,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중국 및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장르와 포맷의 영상 콘텐츠 콘텐츠를 개발 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한국 방송사가 포맷과 제작진을 묶어 세트로 판매하는 것은 일종의 ‘윈-윈 전략’이었다. 국내 방송사의 입장에선 “플라잉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진출은 ‘포맷 마켓(Format Market)’을 겨냥한 추가 수익 모델의 창구이면서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편”(한류 콘텐츠 제작ㆍ유통 기업 코나엠엔 방문환 대표)이었으며, 중국 방송사의 입장에선 “자체 제작을 감행할 역량 부족을 한국 스태프를 통해 채우며 시청률을 담보하자는 전략”(중국판 ‘불후의 명곡’ 황재환 작가)이었다.

하지만 역량있는 지상파 PD들을 통해 ‘완벽한 복제’ 기술을 습득하길 원하는 중국 측에선 거대한 자본 공세를 펴며 국내 우수 인력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기술력과 인력 유출의 우려는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중국 시장은 국내 대중문화 업계에도 깊숙히 파고들만큼 중요해졌다. 공동제작 형태를 통한 협업구조를 만들어가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화를 통해 스며들게 하는 작업을 거듭해 새로운 한류 시장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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