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뛰어야 되는 말…임 감독 말에 눈물날 뻔”

“제 삶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냥 떠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영화 ‘베를린’(2013) 이후 류승범(35)은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2년여 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베를린’ 촬영이 끝난 뒤 독일 베를린에서 몇 개월을 더 머무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파리로 터를 옮겨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새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감독 임상수ㆍ제작 (주)휠므빠말/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코리아))의 촬영 차 한국 땅을 밟았던 그는, 홍보를 위해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류승범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데는 ‘임상수’ 이름 석 자의 힘이 컸다.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사람들’(2004),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 한국 사회의 폐부를 건드리면서도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입지를 다져 왔다. 그의 작품들에 호감을 가졌던 류승범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통해 그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과연 임 감독은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전이라는 익숙한 식재료에, 세련된 유머와 액션, 감각적인 연출로 맛을 더했다. 류승범은 수천 만 원의 빚을 안고 비좁은 고시원 방에서 살아가면서도 늘 낙천적인 청춘 ‘지누’를 연기한다. 


“사람들은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는 청춘이 바람직한 것처럼 얘기하죠. 지누는 사회 시스템에 바로 길들여지기 보다, 순수하게 개인의 삶을 진행해 나가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웃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죠. 지누를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걸 억누르는 게 힘들었어요. 어느 날 감독님이 ‘뛰어야 되는 말을 묶어 놨으니 그 에너지를 참는 게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하시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나를 조련하는 사람이 나를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류승범은 스크린 속 모습 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힘을 빼고 편안해졌다. 그는 ‘지금 아주 좋은 상태’라고 누차 말했다. 언젠가 지인이 ‘가진 것이 없는 자는 내려놓을 것도 없다’고 했던 말을 그는 인상 깊게 기억했다. 짐 가방 하나 만으로 시작된 그의 해외 생활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는 속에 큰 배움의 시간이 됐다. 과거엔 불쾌한 일에 화부터 냈다면, 이제는 그럴 만한 일을 분별해 피해가는 방식을 택한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 자극받은 것처럼, 그 역시 배운 것을 실천하며 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도 다니고 일렉트릭 기타도 배우고 있어요. 파리에 있으면 할 게 많아요. 여전히 새로운 게 많으니까. 하다못해 먹을 것도 많고 구경할 것도 여전히 많아요. 만나서 배워야 할 사람들도 많죠. 제 삶은 지금도 과정이고 어떻게 될 지는 한 치 앞도 몰라요. 다만 계획하고 결정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을 통해서 배워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사진 제공=휠므빠말]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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