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성준-유이 연애전쟁은 창과 방패 대결처럼 팽팽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극 ‘상류사회’는 갈수록 흥미로운 드라마다. 초반에는 재벌녀와 ‘개천에서 나온 용’ 남자, 캔디녀와 재벌남의 만남이라는 전형적인 재벌드라마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정과 사랑에서의 계급의식을 솔직하게 다루고 있고, 이와 관련된 가치관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하명희 작가는 이미 클리셰를 좀 더 파고드는 뚝심과 내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사랑과 전쟁’과 비슷한 설정이지만 완전히 다른 드라마로 만들었다. ‘사랑과 전쟁’이 불륜을 반전이나 자극적 요소로 활용하면서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이후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 속에서 결혼과 사랑, 그리고 우리의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했다. 그래서 불륜시뮬레이션, 불륜심리극, 불륜심리보고서, 불륜심화학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상류사회’도 기존의 신데렐라 재벌 드라마를 넘어, 디테일을 보여주고 상식을 뒤집는 맛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상류사회’는 ‘벽’을 넘는 드라마다. 사랑과 우정의 ‘벽’을 넘을 때는 상처가 생기게 된다.

기존의 멜로물이 빈부차이 등 사랑의 ‘벽’을 넘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드라마’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면, ‘상류사회’는 그런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

‘상류사회’는 가난한 집 아들 준기(성준)와 재벌 2세 창수(박형식), 재벌가 딸 윤하(유이), 서민의 딸 지이(임지연) 등 4명의 남녀를 통해 사랑과 우정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혹시 부잣집 아들(딸)과 친구(또는 연애)를 하고 싶어 접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가진 멘탈의 실체가 궁금하신 분, 그래서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고 계신 분은 이 드라마를 필히 보시길 권한다.


성준의 사랑과 우정에는 ‘계산’이 개입돼 있다. 사랑과 우정은 계산하면 안되는 가치들이라고 믿고 있다. 똑똑하지만 가난한 성준은 야망이 강한 ‘개천용’이다. 성준이 고교 친구이자 직장상사인 재벌가 아들 창수(박형식)에게 접근한 것이나, 태진 재벌가의 딸이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알바생으로 일한 윤하(유이)에게 접근한 것도 의도된 행위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의 순수성은 모두 의심받아야 할까?

성준은 “접근방법이 순수하지 못하다고 해서, 의도가 불순하다고 해서 그 사랑이 계속 불손한 건 아니다”면서 “유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정에 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설파한다.

박형식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성준에게 “너는 힘 있는 사람한테 빌붙어 이득 보려는 싸구려였어”라고 말하자, 성준은 “그런 걸 인맥쌓기라고 하지. 너도 재벌 3세 모임이나 젊은 경영자 모임에 나가잖아. 내가 하면 싸구려고, 니가 하면 경영수업이야”라고 반문한다. 정말로 ‘니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따져봐야할 그 무엇이 있다.

유이도 성준이 자신에게 알바생이 아니라 태진가 딸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따뜻하게 대해왔던 성준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위기를 맞은 성준이 앞으로 성공과 사랑,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보다는 성준이 어떻게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게 더 흥미로울 것이다. 작가는 특히 성준이 속물적이어도 되는 이론적 근거를 잘 제공해주고 있다.

13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유이의 속사포 진실추궁에 대한 성준의 방어논리가 눈길을 끌었다. 계산된 사랑이라는 게 탄로난 성준은 “미안해”하고 물러서는 게 아니었다.

성준은 “계속 맘에 들게 해서 결혼하려고. 혼테크 하려고 했다”고솔직하게 말했다. 순순히 계획 접근을 실토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랑하니까 거짓말 못하겠더라”고 진심을 전하며, “난 네가 그렇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 근데 넌 다른 사람이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성준은 유이에게 “내가 너한테 잘 보이려고 숨기고 접근한 사실을 몰랐을 때는 사랑했니?”라고 물었고 유이는 “사랑했다”고 답했다. 성준은 “그때 날 사랑했다면 지금도 날 사랑해야 돼. 내가 너한테 잘못했어도 머리론 이해가 안 되도 마음으로 받아줘야 돼. 그게 사랑이야”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유이의 마음도 흔들릴만 하다.

준기(성준)-윤하(유이) 커플과는 다른 내용으로 위기를 맞은 창수(박형식)-지이(임지연) 커플의 사랑도 흥미롭다. 이런 커플의 결혼장애요인은 거의 남자 엄마다. 여기서도 남자 엄마가 지이에게 헤어지라고 무섭게 대한다. 하지만 당사자들끼리는 좋아서 죽겠는데, 남자 집안만 반대하는 형국은 아니다. 성준이 형식에게 했던 말을 보면 그 일단이 드러난다.

“너는 지이와 결혼 못해. 집안이 반대하고 누가 말려서가 아냐. 네 자신이 그걸 용납 못해. 너는 계급의식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어.”

박형식의 눈빛 연기도 멋있지만 신인인 임지연의 연기는 탁월하다. 형식을 좋아하면 표정이 마냥 푼수같고, 아닐 때는 확실하게 자를 줄 아는 자존감 있는 여자다. 어쩔 수 없어 형식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는 “비오는 날 헤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는 이 여자의 다음 행보도 기대가 된다. 임지연은 창수 어머니로 인해 2단계시련을 겪는 내용이 그려졌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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