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빅4’ 대전, 누가 웃을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1년 중 가장 뜨겁다. 4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뉴(NEW)의 야심작이 맞붙는 시기인 까닭이다. 지난 해 여름, ‘군도: 민란의 시대’(쇼박스), ‘명량’(CJ), ‘해적: 바다로 간 산적’(롯데), ‘해무’(뉴)가 풍성한 상차림을 만들었다. 관객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지만, 제작사 및 배급사는 애가 탔다. 모든 개봉작이 사이좋게 파이를 나눠가질 수는 없는 탓이다. 최종 승자는 1700만 관객을 모은 ‘명량’이었다. ‘해적’도 800만 관객을 모으며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여름에도 한국영화 ‘빅(Big)4’ 대전의 막이 올랐다. 그 시작은 최동훈의 신작 ‘암살’(7월 22일 개봉, 쇼박스)이 알린다. 이어 ‘베테랑’(CJ), ‘협녀, 칼의 기억’(롯데), ‘뷰티 인사이드’(뉴)가 한 주 간격으로 극장가에 뛰어든다. 4대 배급사 모두 이 순간을 위해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고 전략을 짜며 상반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물’, ‘연평해전’으로 장사를 제법 한 뉴 만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한국영화가 대체로 부진했던 탓에, 대작들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갈증도 큰 상황. 감독 및 출연진, 장르, 독창성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빅4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전력 분석①-감독 및 출연진(‘암살’>‘베테랑’>‘뷰티 인사이드’>‘협녀’)=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게 맞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도 숱하다. 그럼에도 감독과 출연진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특정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신뢰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더하거나 반감시키기도 한다.

감독의 티켓 파워를 보자면 단연 ‘암살’이 앞선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의 작품으로 여러 차례 흥행 역사를 썼다. ‘암살’은 그가 천만 영화 ‘도둑들’ 이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 전지현·이정재·하정우·조진웅·오달수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나선 덕분에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류승완 감독 역시 스타 감독 중 한 명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주목 받은 그는, ‘부당거래’, ‘베를린’ 등의 작품으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류승완’이라는 이름이 맛깔스러운 액션의 보증수표가 되기도 한다. 황정민·유아인·유해진·오달수 등 출연진 역시 ‘암살’ 못지 않은 스타 군단이다.

‘협녀, 칼의 기억’과 ‘뷰티 인사이드’의 경우 감독 및 출연진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협녀’의 박흥식 감독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등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 받았지만, 티켓 파워에 있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 감독은 광고계의 실력자이지만, 영화 연출자로서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사생활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병헌, 남동생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던 한효주가 각각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론 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작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전력 분석②-장르 선호도(‘베테랑’>‘암살’>‘협녀’>‘뷰티 인사이드’)=찌는 더위에 손이 가는 영화는 전통적으로 공포·호러 장르였다. 최근에는 짜릿한 쾌감을 주는 액션과 코미디 등 오락영화가 여름 극장가의 인기 선택지로 떠올랐다.

장르 선호도 만을 따졌을 때 가장 유리한 건 ‘베테랑’이다. ‘범죄오락액션영화’로 장르를 명명한 것부터 야심이 엿보인다. 범죄물의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오락영화의 필수인 웃음까지 기대해 볼만 하다. 고지식한 형사가 오만방자한 재벌을 뒤쫓는 내용은 뻔한 면이 있지만, 잔재미가 풍성한 에피소드와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질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암살’ 역시 액션이 가미된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호감을 살 만한 장르의 성격을 지녔다. 여기에 시대극의 강점인 웅장한 세트와 의상, 총기 등의 볼거리까지 제공한다. 다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잊혀진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순도 100% 오락영화 ‘베테랑’에 비해서는 어둡고 묵직한 인상이 있다.

앞서 두 작품에 비해 ‘협녀’와 ‘뷰티 인사이드’는 장르를 내세워 시선을 끌긴 어려워 보인다. 각각 무협사극과 판타지멜로를 표방하는데, 폭넓은 관객층을 형성할 만한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결국 두 작품 모두 장르라는 외피를 넘어,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 짜임새 있는 연출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력 분석③-독창성(‘뷰티 인사이드’>‘암살’&‘협녀’&‘베테랑’)=한국 영화를 두고 ‘비슷비슷하다’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는 신선한 이야기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인사이드 아웃’, 색다른 코미디 ‘스파이’ 등이 최근 흥행한 사례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름 빅4 중에서 시놉시스 만으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단연 ‘뷰티 인사이드’다.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석권한 인텔과 도시바의 합작 영상이 원작. 자고 일어나면 매번 다른 모습으로 깨어나는 남자, 그의 곁에 머무르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날마다 얼굴이 바뀐다는 흥미로운 상상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어제는 소년의 얼굴을, 오늘은 노인의 얼굴을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의 외모와 무관하게 교감을 주고 받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등.

‘뷰티 인사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는 결말까지 무난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일본군과 친일파에 맞선 독립군의 비밀작전 이야기(‘암살’), 왕을 꿈꿨던 남자의 배신과, 18년 후 그를 찾아온 검객의 복수극(‘협녀’),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 3세를 뒤쫓는 형사들의 추적극(‘베테랑’). 이들 셋은 여운을 남기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거나, 사필귀정·인과응보에 기반한 해피엔딩이 예상된다.

물론 결말이 보인다 해도, 세부 에피소드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영화의 맛은 달라진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승기를 잡으려면 개봉 초반 성적표가 중요하다”며 “관객들이 감독·캐스팅 등을 보고 티켓을 끊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평가를 따져 보고 선택하는 수요도 있다. 결국은 잘 만든 영화, 재미있는 영화에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