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영화계의 유일한 총기 전문가, 이주환 실장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별개’라고. 제가 영화감독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장인이 되고 싶었죠.”

영화 ‘암살’의 이주환 실장(42)은 국내 영화계에서 유일한 총기 전문 스태프다. 영화 현장에 필요한 총기를 수급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총기 실장’이라는 직함은 낯설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대규모 액션 영화가 자주 제작되는 만큼 그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1998년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 실장은, 2003년부터 총기 담당 연출부로 작품에 참여했다. 벌써 27년 째 취미 삼아 군사 전문가 공부를 해온 덕을 본 셈이다. 본격적으로 총기 실장으로 작품에 참여한 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부터. 이후 ‘고지전’, ‘마이웨이’, ‘도둑들’, ‘베를린’, ‘우는 남자’ 등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최민식 주연의 ‘대호’ 촬영을 마쳤다.

총기를 다루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암살’ 초반 만주전투 씬에서 등장하는 일본군의 기관총은 한 세트가 70㎏에 달한다. 소총 한 자루만 해도 4㎏, 열 개들이 상자를 옮긴다고 하면 40㎏다. 잘못 다룰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무겁다고 남에게 맡길 수도 없다. 묵직한 총기를 들고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니, 육체적인 고달픔은 말로 다 할 것이 아니다.

현장 업무도 힘들지만, 준비 기간은 더 고달프다. 촬영에 쓰이는 총기는 해외 업체에서 들여오는데, 반드시 경찰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허가까지 보통 두 달 이상 걸린다. 결국 총기 담당자는 의상이나 미술 등 다른 스태프보다 두 달 먼저 움직여야 한다. ‘암살’은 지난 해 8월 말 촬영을 시작했는데, 총기 반입에 필요한 서류는 6월 말 전에 제출해야 했다. 이 실장은 콘티도 나오기 전에 필요한 총기를 검토하고 수급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일본군의 군복과 군용 차량 등의 고증도 그의 몫이었다. 그가 참고한 책을 보니, 얼핏 비슷해 보이는 일본군 복장도 셔츠 깃의 모양이나 계급장 색상에 따라 소속과 계급 등이 다 달랐다. 철저한 고증이 필요한 이유다. 


배우들의 사격 자세를 잡아주는 일은 액션 팀에서 담당했지만, 탄창을 갈아끼우는 등 총기 사용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에도 이 실장이 관여했다.

“전지현 씨가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셨죠. 지현 씨 총이 제일 무거워요. 저격수 소총이 4㎏, 기관단총이 5㎏예요. 그걸 들고 와이어에 매달려 날아다녀야 하니…. 컷 없이 한 번에 찍었기 때문에 가벼운 장난감으로 대체할 수도 없었죠. 지현 씨도 처음엔 힘들어하더니, 나중엔 즐기시더라고요.(웃음)”

이주환 실장은 총기를 담당하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위험해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실탄이 아닌 공포탄이라고 해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가까운 거리에서 맞을 경우, 부상은 물론 장애까지 올 수 있다. 게다가 총기를 분실할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해진다. 촬영이 중단되는 건 물론, 담당자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엔딩 크레딧을 보니 총기 전문가가 12명이 나오더라고요. 실수가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암살’에도 총기가 51자루나 나와요. 중국 분량까지 하면 80자루가 넘죠. 솔직히 혼자 관리하려면 답이 안 나와요. 제가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촬영에 들어가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리니까 안타깝죠. 현장에 전문 인력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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