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동휘의 이름 석 자는 물론, 얼굴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영화 ‘감시자들’, ‘집으로 가는 길’, ‘타짜-신의 손’, ‘패션왕’, 최근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남아있진 않다. 그러다 이동휘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보며 영화 스틸을 확인하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고. (‘집으로 가는 길’에선 고수의 후배, ‘타짜-신의 손’에선 최승현을 배신하는 고향 선배로, ‘베테랑’에선 초반 서도철을 조태오에게 소개시켜주는 인물로 등장했다.)

“단역할 때부터 튀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씬을 훔치고 별나 보이는 게 영화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왜 기억이 안 나지?’라고 하는 게 서운하진 않았어요. 게다가 특정 아이콘이 돼버리면 그걸 넘어서는 게 숙제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관객들이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어요.”
이동휘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그를 기억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동휘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지 않을 때가 드물다. 아주머니의 얼굴로 변한 우진과 ‘스타크래프트’ 저그와 ‘아오이 소라’ 얘기를 나누며 낄낄거릴 때는 보는 이들도 따라 웃게 된다. 배우 김희원이 우진으로 분한 에피소드에선, ‘건달같이 생겨서 로맨티스트인 척이냐’는 애드리브로 관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일각에선 ‘상백’ 역을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납뜩이’ 캐릭터에 비견하기도 한다.
“‘제2의 누구’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학창시절부터 조정석 형의 연기를 보면서 공부했던 저로선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물론 어떤 타이틀을 바라고 그걸 의식하면서 코믹 연기를 한 건 아니예요.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뭔가를 해내야 되는 건 순수하지 못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평소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까’ 고민하고 관찰하는 편이예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다보면 순발력이 나오더라고요.”

이동휘는 ‘남쪽으로 튀어’(2012)의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하기 시작한 지는 불과 3~4년 정도 밖에 안 된 셈이다.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연예계 분위기와 비교하면 비교적 더딘 행보로 볼 수도 있다. 정작 이동휘는 빨리 얼굴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존재 가치가 증명된 뒤에 부름을 받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여겼다.
“간혹 준비도 안 된 채 급하게 나와서 ‘발연기’ 낙인이 찍히기도 하잖아요.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공들여서 보냈고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제가 작품을 이끌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게 배우’라는 생각은 변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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