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성희롱·상식밖 편집력…시청자 뿔났다

출연자 태도 논란·외모 비하등 논란에
제작진 자막 처리등 온갖 기교 부려
재미주려는 욕심, 관찰예능 線 넘어

어김없이 돌아왔다. 시청률이 주춤하면, 관심에서 멀어지면 내놓는 야심작이다. 이번에도 제작진은 푸짐하게 한 상 차렸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이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여군특집은 방송 2주차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6일 방송분에서 빚어진 논란만 놓고 보면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출연자 태도논란, 성희롱, 외모 비하 등이 삽시간에 드러난 방송이었다. 그 뒤에선 제작진이 진두지휘했다.


이날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3’ 방송분에 시청자 게시판은 발칵 뒤집혔다. 출연자 제시는 무단이탈 등 군생활에 별나게 적응하지 못해 민폐를 끼쳤고, 여자 연예인들은 남자 하사의 몸에 대해 지나친 사담을 나눴다. 출연자 김현숙과 최유진의 외모 비교 역시 재미를 넘어설 만큼 직설적이었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생활을 간접체험하는 관찰예능이라지만, 이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은 제작진이다. 일련의 논란에는 제작진의 상식 밖 편집력(?)이 촘촘히 자리했다.

돌발행동을 일삼는 제시의 모습에서 제작진은 그에게 불만을 갖는 다른 출연진의 시선(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자막과 편집)을 담아내며 단체생활의 기본을 따르지 않는 개인의 모습을 강조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의도적인 자막으로 드러났다. 여자 연예인이 남자 하사의 몸을 품평하는 장면마다 제작진은 해당발언을 고스란히 복기했고, 컴퓨터그래픽으로 더 부각시켰다. 남자 하사의 여자친구와 누나는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까지 남겼다. 김현숙과 최유진을 교차 편집하며 두 사람의 외모를 대놓고 비교한 것 역시 제작진의 손 끝에서 완성됐다.

극적인 긴장감이 찾아온 상황마다 갈등 구조를 만들고, 출연자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잔재주를 부려 부풀리고, 출연자 몇몇을 교차편집해 비교하니 심심할 수 있는 그림엔 자극이 담겼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관찰예능에서 제작진은 온갖 기교를 부렸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미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제작진이 보여준 일련의 편집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손 쉽고 편하게 시청자를 사로잡는 뻔한 방식이었다.

방송에서 제시는 자진퇴소를 희망했다. 그러다 어김없이 함께 입소한 동기들의 설득과 응원으로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후 빚어질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제작진은 우여곡절 많고 존재만으로도 피해를 줬던 제시의 군대 적응기를 통해 새로운 성장담을 써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감동의 성장드라마로 향해가기 위한 전초전이었던 셈이다. 다만 묘수가 아닌 악수다. 

여자 연예인들의 발언에 살을 덧대는 편집과정으로 패착을 드러낸 제작진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재미를 주려는 욕심에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는 인정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미 불쾌감을 느꼈고, 제작진의 값싼 연출력만 목격했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은 이날 일요예능 가운데 최고 시청률(16.5%,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역시나 흥행불패였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등이었다. 제작진의 뻔한 방식으로 얻은 시청률 성적표엔 떳떳하지 않은 논란만 남게 됐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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