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결성 20주년 YB “앞으로 펼쳐질 20년이 더 기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앞으로 펼쳐질 20년이 더 기대됩니다. 결성 20주년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10년 후는 커녕 1년 후도 장담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가요계. 불확실한 미래로 가득 찬 가요계에서 밴드 YB는 올해로 무려 결성 20주년을 맞이했다. YB는 오랜 세월 동안 긴 공백기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벌이는 한편, 그 보폭을 해외로 넓혀왔다. 가요계에서 줄곧 비주류 장르였던 록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YB는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결성 20주년 콘서트 ‘스무살(20-Years)’를 벌인다. YB는 이 콘서트 이후 올해 연말까지 창원, 대구, 부산, 포항, 울산 등 9개 도시에서 전국 투어 일정을 이어간다. 이에 발맞춰 YB는 지난 5일 싱글 ‘스무살’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YB가 기자회견을 갖고 결성 20주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엔 윤도현(보컬),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베이스), 허준(기타), 스캇 할로웰(기타) 등 멤버들이 참석했다.

밴드 YB가 지난 6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가진 결성 20주년 기념 콘서트 ‘스무살’ 기자회견에서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윤도현은 “밴드 활동을 20년 동안 해왔다는 데 자부심이 있고, 이를 자축하고 싶었다”며 “음악을 향한 사랑으로 멤버들이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태희는 “현장 속에서 2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사랑 덕분”이라며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된 YB가 더욱 청년다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밴드로 살아남기 어려운 국내 가요계에서 큰 멤버 변동 없이 20년 동안 활동하는 모습은 매우 드문 일이다. 윤도현은 “처음에는 밴드가 20년 이상 갈 줄 몰랐고 오랫동안 활동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매일매일 순간마다 멤버들끼리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잘 풀려고 노력했고, 멤버들 역시 모난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멤버들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2년 열렸던 ‘남북예술인 평양공연’, 2000년 해체를 앞두고 벌인 마지막 공연 등을 꼽았다.

박태희는 “평양 공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지난 2000년 잠시 해체했을 때 원년 멤버들과 벌였던 마지막 공연도 기억에 남는데, 당시 함께 했던 유병열과 강호정 등 멤버들은 YB가 록밴드로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허준 역시 “아무래도 평양은 우리 의지로 방문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은 평양 공연”이라며 “YB에 합류해서 ‘부산록페스티벌’에서 벌였던 첫 공연도 잊을 수 없다”고 추억했다. 스캇은 “힘든 시간일수록 멤버들의 단합이 잘 되는데,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때 정말 힘들었지만 멤버들이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다”며 “사찰에서 공연을 벌인 일이 있는데 그 순간이 매우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헸다.

밴드 YB가 지난 6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가진 결성 20주년 기념 콘서트 ‘스무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YB가 콘서틀 벌이는 LG아트센터는 약 1000석 규모의 중극장이다. 결성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대형 공연장이 아닌 중극장에서 벌이는 것 이유를 묻자 윤도현은 “음향 시설이 정말 뛰어나 그 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크게 멋있게 20주년을 자축하기보다 팬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전국 투어를 벌이는 다른 지역의 공연장 역시 서울 공연과 비슷한 규모로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멤버들이 다섯 명인만큼, 공연을 다섯 부분으로 나눠 YB의 지난 20년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무대를 구성했다”며 “멤버들 각자가 영상 제작을 하고 있고, 공연과 공연 사이에 그 영상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YB는 지난 2005년 유럽투어 이후 끊임없이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려왔다. 올 초 YB는 미국 출신 세계적인 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와 함께 미국 투어를 벌었고, 내년 5~6월께 미국에서 정규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윤도현은 “우리가 한류 스타도 아니고, 아이돌처럼 팬덤이 큰 밴드도 아니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며 “록을 해도 되나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해서 버틸 테니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희는 “20년 후에는 다음 세대의 밴드와 멋진 투어를 벌이는 게 꿈”이라며 “미국에선 노장 에어로스미스(Aerosmith)가 여전히 10대들에게도 록의 아이콘인데, 우리도 한국의 록 아이콘으로 남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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