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그녀는 예뻤다’의 불길한 복선…‘해피엔딩’ 법칙 무너질까

[헤럴드경제] “행운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지금 닥친 행운만큼 앞으로는 불운이 찾아올 거라는 법칙.”

TV드라마의 로맨틱코미디는 아주 오랜 시간 ‘해피엔딩’을 고수해왔다.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는 사랑의 완성에 초점을 맞춘 채 달렸다. 시청자들은 남녀 주인공 앞에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그들의 사랑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믿음엔 어떤 균열도 없었다. 


지난 달 29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 13회 방송분에선 시처자들 사이에 이상한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숨은 첫사랑을 찾은 남녀 주인공 혜진(황정음)과 성준(박서준)은 연애 초반의 풋풋한 설렘을 브라운관 안으로 옮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낸다. 이미 드라마는 11회차에서 그토록 찾아헤매던 서로의 첫사랑 찾기를 끝내고,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 역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총 16부작으로 이어질 드라마가 난데없이 12회 방송분을 통해 질질 끄는 남녀관계를 보여줬으나 드라마는 보란듯이 13회에서 한 번 더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날 방송에선 끝도 없이 복선을 던졌다.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복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이 드라마 곳곳을 채웠다. 급기야 방송 말미 혜진의 내레이션을 통해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입혀졌다.

‘그녀는 예뻤다’의 열혈팬들이 드라마가 알려주는 내레이션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작가의 ‘전적’ 때문이다.

드라마를 집필한 조성희 작가의 전작은 MBC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시트콤 답지 않은 결말은 당시 시청자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 두 주인공을 죽음으로 밀어넣은 비극적 결말을 맞은 몇 년 후의 모습은 그간 시트콤을 보며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을 괴롭혔다.

안전한 해피엔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고한 세계에 한순간에 무너진 충격은 뉴스 속 대형사고를 바라보는 트라우마처럼 남았을지도 모른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조인성 하지원을 죽음으로 밀어넣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애초에 로맨틱코미디라는 타이틀을 안고 나왔으면서도 N포세대의 고단한 현실, 모두가 주인공일 수 없는 현실 속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출발해 네 명의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로코’다운 그림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연애’에 관계된 갈등을 빨리 풀어버린 드라마는 금세 설렘이 사라진다. 때문에 드라마가 지지부진하다고 느낄 즈음 ‘그녀는 예뻤다’는 국내 드라마가 쓰지 않는 문법을 던졌다. 결말이 다가와서야 말이다.

해피엔딩이라는 두꺼운 장막을 뒤덮고 있던 판타지의 세계를 거스르는 조짐을 보인 것이다. 사실 드라마는 애초부터 정반대로 갔다. 과거의 드라마에선 못 생긴 여자는 주인공이 아니었으며, 예뻐진 뒤에야 사랑받았으나 ‘그녀는 예뻤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사랑받는 못생긴 김혜진을 8회 내내 보여줬다. 애초에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99%의 삶을 중심가치로 던졌다. 이는 드라마 속 패션지 ‘모스트’의 창간 20주년 특집호의 주제이기도 하다. 기존 드라마와는 처음부터 반대편에 섰으니 결말이라고 일반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거기에 작가가 이름을 올린 전작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은 그새 비극적인 결말을 상상하고 있다. 엉망진창이 된 러브라인부터 주인공 사망설, 황정음 귀신설이 벌써부터 떠돌고 있다.

드라마는 현재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시청자도 알고 있는 과제다. 폐간 위기를 앞둔 패션지 ‘모스트’를 살려내는 일과 더불어, 재벌2세 김모씨와 스타작가 ‘텐(TEN)’의 존재를 밝히는 일, 이에 더해 또 무엇이 남아있을지는 제작진의 머릿속에 있다. 한 관계자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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