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시사물 왜 안보이나 했더니…불방<방송불발>되거나 자체 편집하거나…

KBS- 최근 민감한 아이템 놓고 ‘불방’조짐
제작진 “계획된 것” 사측 “시기 조율”

MBC- 과거 부당전보·징계 방침에 프로 실종
자기검열 일상화로 논의 자체도 없어

SBS- 양대 공영방송 시사프로 추락 반사이익
균형적 팩트 전달 “기계적 중립” 비판도

“‘훈장’ 2부작, 석달째 기다려달라…전례없는 ‘시간끌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편향적 해석이나 편협한 평가’에 대한 데스킹 과정일 뿐”(KBS 시사제작국 탐사제작부장)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해왔던 지상파 방송3사 탐사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입을 닫았다. 민감한 아이템이 올라오면 눈치를 살핀다. 불방 혹은 방송지연도 불사한다. 내부에선 잡음이 많다. 최근 KBS에서도 빚어진 일이다.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해왔던 지상파 방송3사 탐사보도, 시사교양 및 뉴스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일이 빈번히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력에 민감한 아이템일수록 마찰이 심하다. 방송3사가 처한 현재상황에 따라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3사 보도국 기자와 PD들의 반응은 각사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끊임없는 내부의 파생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의지, “할 말이 없는게 아니라 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자조,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는 씁쓸함이 나온다.

▶KBS, ‘불방’ 조짐만 보이면 시끌=KBS 사내 게시판은 최근 몇 주 사이 또 한 번 시끄러워졌다. 지난 9월 탐사보도팀의 2부작 프로그램 ‘훈장’의 방송일자가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처음 올라온 이후 10월 29일까지 제작진과 사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6, 7월에 방송 예정이었으나, 11월 4일 현재 방송날짜는 결정되지 않았다.

‘훈장을 통해 본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1부 ‘간첩과 훈장’, 2부 ‘친일과 훈장’ 편으로 나뉘어 제작됐다. 행정자치부와 장장 3년에 걸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훈ㆍ포장 명단 70여만 건을 확보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두 편을 아우르면 이승만, 박정희 정부 시절 친일 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에게 훈장을 수여했다는 민감한 내용이 고개를 든다.

제작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측은 ‘훈장’ 프로그램의 불방은 “애초 회사와 합의해 진행한 아이템이었지만 결과물이 방송되는 시점이 차기 사장 선임 시기와 맞물리면서 방송을 피하는 것”이라고 봤다. 성명을 통해 문제제기 이후 제작진은 타 부서로 인사 조치됐다. 사측에선 당연히 ‘정기인사’라는 입장이다.

김형덕 시사제작국 탐사제작부장은 이 같은 입장차에 사내게시판을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당한 데스크의 업무”이며 “훈장 방송을 위해서도 제작진은 조속히 제작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은 분명히 방송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계획된 불방 수순”이라며 사측을 공격했던 제작진과 새노조 역시 동의한다. 다만 “마땅한 대안과 이유없이 차일 피일 방송을 미루거나 내보내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 차원의 대응이 있을 것이며, 공정방송위원회를 소집해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소, 고발할 계획”도 나오고 있다.

KBS의 경우 이 같은 논란이 많다. 평기자와 PD들의 취재 결과물이 불방되거나, 방송이 지연될 때마다 노조와 기자협회, PD협회 등은 즉각적인 성명이 내는 것으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고, 양측은 치열하게 맞선다.

▶ MBC, 과거의 경험에서 축적된…자기검열과 외면의 일상화=또 다른 공영방송 MBC에는 최근 비슷한 사례가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호찬 간사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집필 선언 거부, 반대 집회 등)를 거의 하지 않는 사례는 있지만, 최근 특정 아이템이 불방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MBC에서 불방으로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최근 사례는 지난 2013년 ‘시사매거진2580’의 ‘국정원에 무슨 일이’ 편이었다.

MBC와 KBS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MBC의 한 기자는 “현재 MBC의 상황이 아이템의 삭제와 검열로 분란이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간 MBC에는 부당 전보와 징계의 칼바람이 불었다. 2008년 ‘PD수첩’이 광우병 논란을 시작으로 ‘4대강, 수심 6M의 비밀’(2010) 편 등을 통해 MB 정부를 건드린 이후 시사교양국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MBC를 이끌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줄줄이 폐지됐고, 이름만 남아있는 방송에선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템”을 모조리 들어냈다.

2010년 이후 MBC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진의 ‘제작진 감시’를 시작했다. 유능했던 시사교양국 PD들은 줄줄이 징계를 받았고, 비제작부서로 인사 조치됐으며, 결국 해고돼 MBC를 떠났다. 같은 일은 끈질기게 반복됐다. 지난해엔 급기야 시사교양국이 이름을 바꾼 교양제작국이 해체됐다. 공영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MBC의 한 기자는 “시도를 해오다 부당전보 등의 조치를 받는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논의 자체가 실종된 측면이 크다”며 “일선 피디와 기자들은 다뤄야할 의제들을 선뜻 이야기를 하지 못 하고, 지시하는 쪽 역시 권하지 않는다. 자기검열이 일상화 돼서 프로그램 자체가 논의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봤다.

또 다른 기자는 “뉴스뿐 아니라 탐사보도, 교양 등 전체적으로 정부 비판 아이템 등은 암묵적으로 방송되기 쉽지 않다는 정서가 팽배해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축적된 결과다.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아이템 위주가 됐다”고 말했다. 도처에 널린 이슈를 외면하는 것으로 현재를 유지하고 있다.

▶SBS,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기계적 균형”=민영방송 SBS 역시 특정 아이템의 불방 사례는 흔치 않다. SBS는 두 공영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보도가 무력해질 무렵 치고 나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는 아이템을 다뤄 주목받으며,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키웠다. 양대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의 동반 추락이 불러온 반사이익 효과다. 메인뉴스의 경우 타사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SBS 내부에선 실제로 “타사에 비해 아이템 선정 및 검열에 거의 휘말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정치권 이슈 등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자와 PD, 간부 사이의 간극도 존재한다.

다만 아이템을 선정한 뒤 “균형감각을 가지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입장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한 PD는 “반정부 아이템의 경우 정부의 시각에서, 친정부 아이템의 경우 반정부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두 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한 방송사의 기자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에 객관성 논란을 불러오지 않는다. 균형 잡힌 팩트의 전달”은 장점이라고 했으나 이는 “기계적인 중립”이라는 비판의 화살로 돌아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상업방송의 목적은 경제적 이윤을 획득한다는 데에 있다. 오너가 있는 방송사는 어느 한 쪽의 편에 서기엔 부담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균형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봤다.

SBS의 한 PD는 “현재 SBS의 탐사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아이템이 모두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상대적인 부분에서 비교 우위에 놓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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