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말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신밧드의 대모험>을 본 게 아마도 서울에서 영화관에 갔던 첫 기억일 게다.
영화관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관객을 많이 채우려 했던지 앞뒤 자리가 좁아서 다리가 긴 사람은 앉아 있기도 불편했고, 앞자리와의 경사도 별로 없어 앞에 키 큰 어른이라도 앉으면 영화보다 그 뒤통수를 보기 일쑤였다. 지금처럼 콜라 같은 음식을 놓는 공간은 언감생심. 무릎 위에 얹어놓고 구운 오징어를 씹는 게 전부였다. 요즘의 멀티플렉스와 비교해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80년대 붐처럼 생겨났던 소극장에서는 심지어 영화를 보며 담배를 피우는 게 일상사였으니.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영화관이 왜 점점 더 그리워질까.
작년 우리 영화는 엄청난 기록들을 세웠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암살>에 이어 <베테랑>이 나란히 그 어렵다는 1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런 기록은 하반기에도 이어져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850만 관객을 넘어섰다. 12월에 개봉됐던 <히말라야>도 그 대열에 동참해 현재까지 7백만 관객을 넘어섰다. 여름에 이른바 ‘쌍천만관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하반기(에서 1월 초까지)를 통틀어 얘기하면 거의 4천만 관객이 영화 네 편에 동원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한 때 1천만 관객을 넘어서면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즉 영화만의 힘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 나타나야 비로소 1천만 관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이 흔한 일처럼 느껴지게 됐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는다면 거기에 유통 마케팅이 힘을 더해 1천만 관객 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게 되었다. 이게 가능해진 건 멀티플렉스 체인의 시스템이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1천만 영화’들이 이처럼 많아지는 건 멀티플렉스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옛날 필자가 어두침침하고 냄새나는 소극장에서 영화 두 편씩을 보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놀라운 경험들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3D는 낯선 일이 아니고 4D 영화도 나온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시원시원하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콜라와 팝콘은 아예 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좌석에 마련돼 있다. 서비스로만 보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옛 영화관에 대한 그리움은 왜일까. 모든 것들이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본에 의해 굴러가는 그 멀티플렉스의 서비스 속에서 관객은 영화의 감상자라기보다는 한 명의 소비자가 돼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놀라운 체험이 가능한 멀티플렉스는 영화관을 넘어서 놀이공원화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체험을 하는 것. 그러면서 우리가 봤던 작은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나, 소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이 놀이공원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화면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거장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얻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라는 놀이공원에서 이제 이런 영화는 공룡 화석처럼 취급되지 않을까. 천만 영화가 너무 많다. 옛날 영화관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