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란 예나 지금이나 호불호가 있다. 덕후를 기용해야 하는 조건이 한가지라면 기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두세가지다. 특정분야에 대한 조예와 능력이 있다는 게 기용의 이유라면 “조직에서 적응을 못한다” “참을성이 없다” 등등 기용하기 힘든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15세기 천문덕후 장영실을 기용하기 힘든 것은 노비라는 실분적 제약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덕후들은 CEO가 된 사람들은 간혹 나오지만 사원급, 대리급 덕후 직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덕후는 화이트칼러나 블루칼러 구분을 벗어난 ‘별종’으로 기업과 사회를 변화시킬 큰 힘을 내장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아직 미완이지만 그 가능성을 각종 덕후들이 출연하는 MBC ‘능력자들’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이럴 때 세종 같은 분이 계셨더라면 덕후의 효용가치를 좀 더 높여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KBS 사극 ‘장영실’에 나오는 세종의 인재 등용하는 방식은 매우 유연하다. 자신이 하려는 일에 강력한 우려를 제기하고 반대하는 외골수 성리학자 하연(손병호)을 오히려 중용한다.
세종이 비밀리에 추진하던 천문관측 시설을 불태운 데도 하연이 관련돼 있고, “명의 심기를 거스른다”면서 장영실의 천문 연구를 방해한 것도 하연이다. 하지만 세종은 하연을 형조판서에 제수한다.
세종은 “사람은 여러가지 면이 있는 법. 썩은 부분은 도려내면 된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항상 옳을 수 없다. 내가 옳다고 행했던 데서 한 사람이 죽음을 택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세종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능력과 실리를 중시하고 열린 기회를 제공해 충분한 지원까지 하는 건 요즘 위정자나 기업인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