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서현진·고아라 조연인데 긴~ 여운

‘아가씨’ ‘굿바이 싱글’ ‘탐정 홍길동’서 이름값

영화 속 작지만 큰 조연이 빛났다. 원작에 없던 캐릭터가 영화에서 회심의 한 방을 날리는가 하면, ‘대세’가 되기 전 촬영한 영화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카메오였던 역할이 조연으로 ‘승격’된 경우도 있다. ‘아가씨’의 문소리(위), ‘굿바이 싱글’의 서현진, ‘탐정 홍길동’의 고아라(아래) 이야기다.

320만 관객을 넘어선 ‘아가씨’에는 조연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등에서 독보적인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혀 온 문소리가 두시간이 넘는 영화에서 달랑 ‘네 컷’ 나온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문소리가 나오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각색하면서 새로 만든 캐릭터를 문소리에게 맡겼다. 문소리가 연기한 히데코(김민희)의 이모 역할은 원작인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아가씨’에선 히데코의 어린 시절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데 있어 비중 있게 등장한다. 박 감독은 역할은 작지만 중요한 배역이라며 문소리에게 제안했고, 문소리는 특별출연 형식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박 감독은 “극중 후견인(조진웅)에게 얼굴이 잡혀서 흔들리는 장면에서 문소리의 모욕감을 참고 내색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책을 보는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기 짝이 없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또 오해영’(tvN)에서 원맨쇼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현진은 오는 29일 개봉하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에 잠깐씩 얼굴을 비춘다. ‘굿바이 싱글’은 철없는 톱스타 주연(김혜수)이 아기를 갖겠다며 벌이는 코믹한 소동을 담아낸 작품이다. 서현진은 주연의 절친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의 아내로 출연하며 아줌마 몸빼바지 패션에, 할 말 다 하는 ‘사이다’ 성격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서현진이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극중 위기에 처한 주인공에게 쓴소리를 하는 장면. 서현진은 다른 사람들이 주연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그의 치기어린 행동이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며 ‘꼭 필요한’ 쓴소리를 한다. 김태곤 감독은 “분량도 많지 않은 데다 결혼도 안 한 여배우에게 엄마 캐릭터를 부탁하기 조심스러웠지만 흔쾌히 수락해줘 고마웠다”며 “‘또 오해영’으로 서현진이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편집한 부분을 조금 더 넣을걸”이라고 재치있는 농담도 곁들였다.

배우 고아라 역시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에서 당초 황회장 역의 카메오 출연이 예정됐다. 영화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설 탐정 홍길동(이제훈)이 어릴 적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때문에 홍길동과 원수의 대립이 부각돼 자연스레 홍길동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황회장의 역할은 작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카메오에 불과하던 고아라의 분량은 시나리오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불어났다. 독보적으로 아름다움을 풍기는 그의 역할에 영화 분위기도 살아났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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