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男 1500m-女 800m 제한
성별따른 차별 여전히 존재
#수영 1500m 경기에서 여성 중 단연 세계 최고 기록을 지닌 미국 수영선수 케이티 러데키. 하지만 그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또 한 번의 역사를 쓰는 건 불가능하다. 올림픽에서 1500m 레이스에 도전할 기회는 오로지 남성에게만 주어진 탓이다. 더 헤엄칠 수 있지만 러데키는 800m에서 도전을 멈춰야 한다. 1984년 올림픽에서 수영 부문 금메달 3관왕을 거머쥔 낸시 호그쉬드 마카는 이에 대해 “올림픽은 최고 인간애의 장이지만, 역사상 최고의 선수 러데키의 (1500m) 경기를 그 곳에서 보지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어렸을때 배구를 시작하며, 주위에선 ‘여자가 배구선수를 하기는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난 ‘여자라서 배구선수는 힘들다’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난 누군가를 대할 때 이 사람이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또는 키가 커서 혹은 키가 작아서 어떻다는 편견을 갖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얼마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편견이라는 단단한 벽이 없어야 할 올림픽. 하지만 편견 없는 올림픽은 여전히 허상이다. 여성들에게 올림픽은 또 다른 천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에 대해 사회에 유리천장이 있다면, 올림픽에는 금(金)천장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편견의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벽은 최근까지도 견고했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여성은 약하다” “여성은 할 수 없다”는 단순한 편견으로 인해 경쟁의 기회, 메달의 수를 두고 여성은 남성을 넘어설 수 없는 또 다른 벽에 꿈조차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1984년 전까지는 마라토너로 뛰지도 못했다. 무려 2004년 전까지 올림픽에서 레슬링은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불과 4년 전만해도 올림픽 복싱 링 위에선 여성들을 볼 수 없었다.

여성이 편견을 깨고 발을 들여 놓은 종목에도 여전히 ‘기회의 제한’이 도사리고 있다. 사이클이나 수영 등에서는 여성들의 경기 구간이 남성보다 짧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신체적 차이에 따라 구별을 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러데키의 사례처럼 신체적 역량과 관계없이 경쟁의 폭에 선을 그은 예도 적지 않다.
WSJ는 리우올림픽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진행된 남자 사이클 레이스의 경우 여자 사이클 레이스 구간인 85마일에 비해 62마일 더 길다고 전했다. 은퇴한 전문 사이클리스트 사라 헤들리는 여성도 충분히 남성만큼 달릴 수 있다며 “여성의 (코스) 거리가 훨씬 짧은 것이 무엇을 뜻하나”면서 “이것이 2016년인가?”하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 과학자들은 신체적 특성을 이유로 여성 선수들의 코스가 더 짧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입증이 좀 더 필요하긴 하지만 일부 연구들은 속도는 좀 더 느리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력, 힘, 속도 등의 요인으로 남녀를 크게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에서마저 성별에 따라 경쟁 조건에 차이를 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위성도 떨어질 뿐더러 이러한 조건 차이 때문에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기준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다.
1992년 올림픽 사격 스킷에서 중국의 여성 선수 장샨은 남성들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킷은 이후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다시 부활했지만, 남녀를 구분했다. 사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성이 남성을 이긴 종목들은 대부분 ‘폐지→남녀 구분 부활’의 역사를 밟았다. 이유는 오로지 여성이 남성을 이겼기 때문이다.
1976년 남성들과 경쟁해 은메달을 획득한 마가렛 머독 전 소총 사격 선수는 “여성들의 실력을 남성들과 견주어 볼 수조차 없다”면서 “스포츠계 지도자들은 여성이 남성을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치를 수 있는 경기 수도 남녀 차가 현격하다. WSJ에 따르면 리우올림픽에서 남성들은 169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데 반해 여성들은 137개 경기에 참가하는 데 그친다. 메달의 55% 이상이 남성을 위해 마련돼 있다.
성별에 따른 이같은 차별들이 개선돼 온 것은 분명하다.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린 1896년 여성 선수들의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현재는 45%에 육박한다는 점만 봐도 올림픽이 근대 이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여성들에게 문을 열어 젖혔는가를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여전히 올림픽에서 성 평등 정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를 드러낸다. 마크 아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리우올림픽은 런던올림픽보다도 성별 균형이 나을 것”이라며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포함해 모든 국가 올림픽 위원회가 여성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