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車는 지정된 곳 주차’…아파트 주차관리규약 차별일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아파트 한 세대가 여러대 차량을 보유할 경우 두 번째 차량부터는 지정된 구역에만 주차토록 한 주차관리규정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입주자들이 한정된 주차장을 균등하게 이용하기 위해 일부 차량의 주차장소를 제한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오석준)는 아파트 입주민 A 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주차장관리규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아파트 한 세대가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할 경우 두 번째 차량부터는 지정된 구역에만 주차토록 한 주차관리규정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 살던 A 씨는 지난해 입주자대표들과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당시 아파트에서는 ‘한 세대가 여러 차량을 보유할 경우, 두 번째 차량부터는 일정한 시간 지정된 구역에만 주차토록 한다’는 내용의 주차관리 규정을 시행하고 있었다. 규정에 따르면 세대 당 한대 차량에만 기본 주차차량을 의미하는 녹색 스티커를 붙일 수 있었고, 두번째 차량부터는 추가차량임을 나타내는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두 대의 차량을 가지고 있던 A 씨는 이같은 규정에 불만을 가졌다. A 씨는 종종 지정구역이 아닌 곳에 두번째 차량을 댔고, 아파트 측은 A 씨의 차량유리에 경고문을 붙였다. 이에 A 씨는 “차량을 두 대 소유한 입주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절차상 문제를 들어 주차규정의 효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규정은 입주자들의 주차장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관리규약을 개정하지 않고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한 것에 불과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A 씨의 두번째 차량 스티커를 추가차량을 뜻하는 분홍색에서 첫번째 차량과 같은 녹색으로 교환하라고 판결했다. A 씨에게 위자료 명목의 50만원을 지급하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주차관리규정의 내용과 절차 모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정된 주차구역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주차관리규정을 제ㆍ개정한 행위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이라며 “이같은 규정에 따라 A 씨의 두 번째 차량에 첫번째 등록차량과 다른 색의 주차스티커를 교부하고 주차구역을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규정은 두 대 이상 차량을 가진 입주자가 일부 차량을 주차장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역에 주차토록 해 주차장 이용의 형평을 도모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며 “입주자들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아파트 측에서 붙인 경고문을 제거하느라 비용과 시간을 들였지만 당시 아파트측도 적법한 규정에 따라 경고문을 부착한 것이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아파트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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