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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의 부탁으로 아이들 눈에 좋은 간유(肝油)를 사러 미츠와라는 일본마켓에 갔다가 일본인 노부부를 만났다. 그 노부부는 변비약을 찾고 있었는데 찾고 있는 약이 없었는지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내 소개를 간단히 하고 내가 도와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시간이 되면 약속을 잡고 한번 한의원에 들르라고 명함을 주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이 노부부에게서 전화가 오고 바로 당일 예약을 하고 내원했다. 남편되는 분이 변비가 심한데 변비약을 먹으면 시도 때도 없이 설사가 나와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잘 듣지않는다고 했다. 게다사 전립선 기능도 약해져서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한다고 한다.
칸포(kanpo·한약재의 일본말) 라고 해서 한방약도 시도해봤지만 역시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 남편분의 연세는 81세, 아내분은 78세이다.
진맥을 하고 이 분들에게 일주일만 사용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약초 두가지를 각각 드렸다.
먼저 첫번째 약초만을 더운 물에 타서 주무시기 전에 드시라고. 그래도 변비가 있다면 첫번째 약초를 주무시기 3시간전 그리고 두번째 약초는 주무시기 직전에 드시라고 했다.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도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2 일이 지났는데 연락이 왔다. 시원하게 변을 보았다고. 그것도 첫번째 약초만을 복용한 후 그랬다면서 기뻐한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내원해서 약초 1파운드씩을 구입해갔다.
오늘 소개해 드릴 약초가 바로 이 노부부에게 처방해준 두가지 약초 중 첫번째 약초인 욱리인이라는 약초이다.(두번째 약초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되면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욱리인은 노인성 변비나 산후변비에 아주 탁월하다. 기력이나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변비에 이 욱리인만큼 좋은 약초는 없다.게다가 소변도 시원하게 배출시켜주는 기능도 있어 이 환자분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한방에서는 변비에 대황이라는 약초를 사용하거나 그 약초가 들어간 처방인 대승기탕이나 소승기탕 혹은 조위승기탕이라는 처방을 사용한다. 노인성변비에는 조위승기탕이 좋으나 역시 대황이라는 약초에 민감한 분은 자칫하면 옷에 실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용을 기(忌)한다.
욱리인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노래가사에도 등장하는 앵두나무 씨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바람났네~ ” 로 시작하는 그 앵두 씨가 바로 이 욱리인이다.
그 맛은 맵고 쓰고 달고 성질은 평하다고 본초서적에 적혀 있다.
성질이 평한 약초이기때문에 남녀노소 다 사용이 가능하지만 임신부나 변이 무른 분들에게는 사용을 금한다. 또 진액이 소진한 분에게 사용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약초이다.
이 욱리인에는 지방이 많이 포함돼 있어 대장에 기가 울체되어 있거나 산후에 생기는 변비에 아주 효과적이다. 또한 각기병으로 인한 부종이나 복수가 찼을 때에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하므로 복수를 빼주는 기능이 있어 산후에 생기는 부종에도 역시 자주 사용한다. 보통 3~9램을 사용하나 이 환자분에게는 12그램을 사용했다. 일반 건재상에 가시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부친은 이 약초로 투석 직전의 환자를 살린 경험이 있다고 나에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관격이라고 해서 열이 단전에 있어 소변을 보지 못하고 계속 구역질을 하는 병으로 아직 양방에서는 병명이 없는데 일단 병원에 입원하면 소변을 오래 보지 못할 경우 요독증으로 몸 전체가 망가지므로 응급치료로 피를 걸러야 하는 투석치료를 한다. 투석을 하게되면 평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비교적 위급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 환자가 투석 직전에 부친을 만나서 침치료와 함께 이 약초가 들어있는 처방을 복용한 후 3일만에 소변을 보기 시작해 투석치료를 하지 않아도 됐다고 한다. 당시에만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일테지만 말이다.
김성진/중방의가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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