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과 지지층 결집이 동시에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표 지지층의 결집 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은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 대표를 노렸다는 점에서 2006년 박근혜 피습 사건을 정치권에 소환했다. 전국적인 동정 여론으로 지역 선거 판세까지 뒤집었던 과거 사건이 거론되자 총선을 90여일 앞둔 정치권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하고 내부 입단속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총선 영향이 불가피하겠지만, 과거처럼 결과를 좌우할 정도의 파급력을 갖긴 어려울 것이라는 공통적인 전망을 내놨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비슷하게 볼 수 있으나,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정치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다”며 “유권자 차원에서 중간지대의 이동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교수는 “양극화로 인해 중간지대가 거의 사라졌다”며 “선거가 3개월이나 남은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도층은 선악의 기준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며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총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피습 사건은 2006년 5·31 지선을 열흘 가량 앞둔 5월20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유세 현장에서 괴한 지충호(당시 50)가 휘두른 커터칼에 얼굴을 맞은 사건이다. 박 대표는 이 사건으로 오른쪽 뺨에 10㎝가 넘는 상처를 입었다. 박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면서 한나라당의 지선 압승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열세였던 대전에서는 판세 자체가 뒤집혔다. 박 대표가 안정을 찾은 뒤 꺼낸 첫마디가 “대전은요?”였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이번 사건에 여야 정치권엔 ‘설화 경계령’이 내려졌다. 국민의힘은 사건 당일인 2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한 당원이 “(정치적) 쇼입니다”라고 외친 사건이 보도된 것과 관련해, 한 위원장과 연관해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 규탄한 한 위원장은 해당 당원 발언에 손을 들어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고 책임론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은 근본도 상식도 기본도 없다”고 맞받았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 피의자인 60대 남성 김모씨의 신상을 주시하고 있다. 김씨는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당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씨가 민주당에 ‘위장가입’한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원일 경우) 민주당 내부의 싸움이 굉장히 격해지거나, 오히려 비명계 목소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로 국민의힘 당원이라면 보수가 상당히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