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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고용원없는 자영업자인 일명 ‘나홀로 사장’ 업종에서 운수창고업이 도소매업을 2013년 관련통계 작성이 이래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는 최근 배달 라이더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산한 비대면 소비문화가 도소매·음식점업 중심의 자영업 지형도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나홀로 사장'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운수창고업이 지난해 10월 69만5000명을 기록해 도소매업(68만7000명)을 추월했다.
운수창고업에 종사하는 나홀로 사장이 도소매업을 넘어선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11월에도 운수창고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9만7000명을 기록, 70만명에 바짝 다가서면서 2개월 연속 도소매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69만2000명)를 웃돌았다.
음식료품·의류 매장 등 도소매업은 전체 자영업자의 75%를 차지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종사하는 19개 업종 중 도소매업 비중은 17% 내외로 계절별로 등락이 큰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가장 비중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대형화·무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도소매업 자영업자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1월 76만8천명이었던 도소매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약 5년 만인 지난해 말 70만명 밑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운수창고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56만7천명에서 70만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플랫폼 거래가 급증하면서 배달 라이더가 급증한 점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운수창고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에는 라이더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정부 당국자들이 관심을 쏟는 주요 정책 지원 대상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자영업 비중이 높은 탓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4.6%로 미국(6.1%), 일본(10.0%), 독일(9.6%) 등과 차이가 크다.
라이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플랫폼 노동자 고용 현황 등 정책 수립의 기본이 되는 통계조차 준비되지 못한 상태다.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인권·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는 지적에도 관련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발표된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도 플랫폼 노동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통계청은 라이더 등 새로운 노동 형태를 반영한 고용 지표를 준비 중이지만 공표는 2026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 증가세를 반영해 골목 상권에 방점이 찍혔던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방향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