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모집’하면 특정 분야 학생 쏠려… 교육부, 대학 무시냐”

24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전국 국공립 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국인협)·전국 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사인협) 주최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 발표’ 자리가 마련됐다.[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무전공 모집에 대해 전국 국공립·사립대 인문대학 교수들이 나서 성토했다. 소수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현재 대학 상황에서 무전공 모집 비율까지 확대할 경우 인문계열 비인기 학과의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4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전국 국공립 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국인협)·전국 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사인협) 주최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 발표’ 자리가 마련됐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독어독문과 교수을 비롯해 9명의 인문대학장은 교육부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전공 모집 계획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강 교수는 “교육부는 세 쪽짜리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을 지난해 12월 중순에 보낸 것이 전부”라며 “1월 하순에 접어든 지금까지 교육부는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학들은 곧 무전공 모집을 포함하는 입시 요강을 발표해야 하고, 내년 3월에는 무전공으로 모집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편안의 취지는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이지만, 현재와 같이 전공 선택에서 소수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결국 시류에 따라 인기 학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혔다.

강 교수는 “대표적인 의대 쏠림 현상을 비롯해 우리나라 학문 생태계는 병들어가고 있다”며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10여 년간 운영되었던 학부제가 결국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사이의 심각한 양극화와 전공 선택에서의 지나친 쏠림으로 인해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 학문의 위기를 초래해 결국 폐지되었던 것을 벌써 잊었느냐”고 지적했다.

또 “대학들은 현재 적절하게 각 학교 상황에 맞춰서 무전공 인원을 모집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할당을 정해놓고 모집하라고 하는 것은 대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무전공 입학에 앞서 최근 문·이과 교차지원 사례에서만 봐도 인문대 입학생들의 자퇴·휴학 비율이 특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교차지원으로 이과생들이 인문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휴학 및 자퇴 비율이 급격하게 치솟았다”며 “어떤 학생들이 휴학, 자퇴를 하는지 살펴보니 인문계열 광역으로 모집한 학생군에서 특히 이탈율이 높았다. 반면 학과로 들어온 나머지 절반 학생군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만 보아도 교차지원을 학생들이 중간 디딤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무전공 모집 또한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재용 강원대 삼척캠퍼스 인문사회 디자인스포츠대 학장 역시 “강원대는 사실상 무전공제도인 자율전공학부를 운영중인데 이번 수시에서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며 “사실상 관리가 안 되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1학년 때 그만두고 나가고 임시방편으로 등록만 해두는 학생도 많다. 무전공제는 우리나라 지방대 현실에서는 절대 안된다는 구체적 사례가 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 이상, 2026학년도에는 25% 이상 무전공으로 입학생을 모집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안을 공개한 바 있다. 학생들이 충분히 진로를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은 2025년도 신입생부터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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