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제공]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구호·의료·선교 활동을 펼치다 선종한 고 이태석 신부의 두 제자가 한국에서 전문의가 됐다.
24일 인제대학교에 따르면 올해 제67차 전문의 자격 시험에서 이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이하 토마스)과 존 마옌 루벤(이하 존)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토마스와 존은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 신부는 2010년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과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계속 공부에 매진했고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타국에서 열심히 어학과 의학을 익힌 토마스와 존은 각각 83회와 84회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으며, 토마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사람이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고국인 남수단에서의 의료활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남수단은 수년간의 내전을 겪어 많은 사람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선택한 토마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많아 도움이 되려고 외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내과를 선택한 존도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봤다"며 "그중 말라리아, 결핵, 간염, 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이라 이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향인 남수단 톤즈로 돌아가 이 신부가 못다 한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 신부님 덕분이다"며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분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외과와 내과 의사 경험을 더 많이 쌓기 위해 각자 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활동과 후배 의사 양성에 힘을 쏟기로 했다.
한편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사제의 길을 선택한 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벌이다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에 선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