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만 내놓고 버틴 노모 “오지마라, 너 죽는다”…아들은 급류 뚫고 구했다

11일 오전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 침수 차량이 널브러져 있다. 전날 오전 5시께 정뱅이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27개 가구 주민 3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대전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농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주민이 고립됐다. 마을로 달려가 급류를 뚫고 어머니를 구한 아들 김중훈(59)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시)비가 밤새도록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왔다), 나가보니 사람이 지나가지 못할 만큼 강물이 된 것"이라며 "제가 1987년도에 군생활을 했다. 그때도 그렇게 큰 비가 왔는데 이것보다는 못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형수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 방송을 해서 다른 사람들은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라고 했다). 그 전화를 받고 제가 갔다"고 했다.

이후 김 씨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놓고 "좌측 둑방이 터져 물이 동네에도 유입되고 있었다"며 "순간에는 물이 태평양 밀려오듯, 그냥 막 민물에서 파도가 쳤다"고 했다.

그는 "한 2~3분 있으니 100m 떨어져있는 어머니집, 처마 밑까지 (물이)찼는데 소리가 들렸다. '나 좀, 사람 살려달라'고"라며 "사람은 안 보이는데 살려달라는 소리가 막 들렸다"고 했다.

그는 포클레인도 동원하고, 직접 수영도 하면서 상황을 버텼다고 한다. 그는 "수영을 해서 갔는데 옆집 아줌마가 머리만 내놓은 채 기둥을 잡고 있었다. 지붕 위로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갔다"며 "어머니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계속 질렀는데, 그 순간에는 소리가 없었다"고 했다.

11일 오전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 침수 차량이 널브러져 있다. 전날 오전 5시께 정뱅이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27개 가구 주민 3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연합]

김 씨는 "어머니가 지쳐서 목만 내놓고,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버티고 계셨다"며 "제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마라'라고 하셨다"고 하며 오열했다.

그는 "지붕을 타고 넘어가 물로 들어갔다. 담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담을 타니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며 "어머니 손을 잡으니 잘 잡히지 않았다. 어머니를 당기려니 기운이 빠져서 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파 하나가 떠내려와 거기에 어머니를 올려놓고, 소파를 지붕 위로 올렸다"며 "저쪽에 올려놓은 아줌마가 자꾸 미끄러지는데, '조금만 버티세요'라고 할 때 119 보트가 왔다"고 했다.

김 씨는 "10분 사이에 어머니를 다 모시고 나니 그 공간, 목만 내미는 공간도 10분 사이에 잠겨버렸다"며 "10분이 있으니 지붕 처마까지 물이 완전히 찼다. 거기서 목을 내놓고 숨을 쉬고 있었는데"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마을에 고립됐던 주민 30여명은 4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돼 인근 복지관으로 대피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