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빅컷’ 이후 방향성 찾는 투자자들…“금융주 주목”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마리너 S. 에클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외관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도 금융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침체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빅컷이 단행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성장과 사상 최고 수준인 주가지수, 긍정적인 기업 실적 등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이번 달 빅컷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참고할 기존 각본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필수소비재·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나 배당금이 많은 유틸리티 주 투자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에 대응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기술주 등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의 소비재, 금융 관련주 주가도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이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빅테크 투자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프라임 중개서비스 자료를 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주에 최근 4개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미디어·통신 관련주를 순매수했다.

안티모의 프랭크 몬캄은 “연준이 매우 느슨한 금융환경에서 빅컷을 한 것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더 공격적으로 하라는 분명한 신호”라면서 경기방어주 투자 등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금리 하락으로 주택·자동차 시장이 살아나고 부동산업체들의 차입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유틸리티주는 여전히 인기 있지만 배당보다는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린우드 캐피털 어소시에이츠의 월터 토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주에 주목하면서 “연준 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내려간다. 예금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순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야후파이낸스는 1995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및 연착륙 당시처럼 은행주 강세 전망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당시 은행주 관련 지수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뛰어넘는 4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해당 은행주 지수가 올해 들어 19%대 상승 중인 만큼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역사는 반복되지 않겠지만 운율(라임)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1995년에는 첫 금리 인하 당시 초반에 은행주들이 약세를 보였지만 이후 S&P 500을 넘어서는 상승률을 보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컷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오르는 데 주목했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금리 결정 전 3.64%에서 후 3.73%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고점 대비 1%포인트가량 내려왔지만, 경제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격적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경우 국채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빅컷 이후 연착륙 기대가 더 커졌지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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