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왼쪽), 스즈키 이치로. 출처=유튜브 채널 ‘삼프로TV’ 갈무리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가 과거 미국의 고급 일식당 '우라사와'를 그만둔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안 셰프는 지난해 12월24일 유튜브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미국에서 힘들게 취업했던 일식당 '우라사와'를 그만둔 이유를 공개했다. '우라사와'는 미국에서 고급 일식당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곳이다.
안 셰프는 "24살에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쪽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요리 학교를 2년 정도 다녔고, 매니저 포지션까지 올라갔다"며 "당시 관리하던 셰프가 더 큰 곳을 가라고 추천해 줬다"고 운을 뗐다.
이후 그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비싸고 제일 잘 나가는 일식당이 있는데, 아무나 못 들어간다는 소문을 듣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한다.
안 셰프는 "사흘간 찾아갔는데,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안된다며 오직 일본 사람만 찾는다고 했다"며 "'일본 사람처럼 일할 수 있다'고 하면서 돈도 안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2~3주 뒤, 제가 진심이라는 걸 느꼈는지 그때부터 돈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2009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국과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이 열렸다. 결승전 전날 일본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해당 식당을 찾아왔다고 한다.
안 셰프는 "이치로는 원래 그 식당 단골이었고, 제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며 "이치로는 제가 한국인인 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치로가 엄청 심각한 얼굴로 앉아서 '앞서 두번이나 한국 팀에 져서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며 "(이치로는) 열 받으면 사무라이 마인드가 대단한 사람인데 '죽여버리겠다' 이런 말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안좋았다"고 털어놨다.
안 셰프는 "이치로가 저한테 말을 심하게 했다. 일하는 직원으로서 거기에 대고 한국이 어쩌고저쩌고 할 수 없지 않았겠냐"며 "그때 기모노를 입고 나막신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 다니는데 이치로와 그런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아무리 잘해도 이렇게 일본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인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더 애국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안 셰프는 미쉐린 별 3개를 받은 '프렌치 런드리'의 한국인 총괄셰프 코리 리(Cory Lee)를 만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이 일식당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안 셰프는 2015년 레스토랑 '모수 샌프란시스코'를 열었고 8개월 만에 미쉐린 별 1개를 받았다. 서울로 돌아와 2017년 용산구 한남동에 '모수 서울'을 열었다. 그는 2023~2024년 국내 최연소 셰프로 미쉐린 별 3개를 받았다.
안 셰프는 레스토랑 이름인 '모수'에 대해 "손님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이름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민을 가기 전 코스코스가 뚜렷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 있어, 코스모스에서 따온 '모수'라는 세상에 없는 단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