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유예→2심 공소 기각
대법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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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진로변경 위반으로 범칙금을 냈다가 다시 회수했다면 운전자를 처벌하는 게 맞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사의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영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은 운전자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한 원심(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4월께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5차로 도로에서 2차로로 진행하다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다른 승용차와 충돌했다. A씨의 진료변경 방법 위반 과실이었다.
당초 A씨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음주운전 등 12대 중과실을 범한 게 아니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런 경우엔 단순히 행정처분상 범칙자에 해당하고, 범칙금만 납부하면 된다.
실제 경찰은 2022년 5월께 A씨에 대해 범칙금 3만원의 통고 처분을 했다. 동시에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문제는 A씨가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한달 뒤에 회수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범칙금을 회수한 이유에 대해 “면허벌점 20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결국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 했다. 약식기소란 사건이 경미할 때 서류만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간이 절차다. 약식기소를 통해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A씨는 불복했다.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결국 사건이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만원에 선고유예를 택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되지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을 의미한다. 2년간 재범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이 없는 셈이 된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판사는 지난해 6월, “A씨의 행위가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다. 2심에선 A씨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4-1형사부(부장 양지정)는 지난 5월, A씨에 대한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사소한 과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종합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처벌 여부가 전적으로 검사의 기소 여부에 좌우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A씨가 처벌 대상이 맞다고 판단했다. 범칙금을 납부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범칙금을 다시 회수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어도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면 범칙자에 해당한다”며 “범칙금을 납부하면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경우에 대해선 “피고인(A씨)이 면허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회수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결과가 생겼다”며 “결국 후속절차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했으므로 이는 법령이 정한 요건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공소 제기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고 판단했으므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본내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향후 진행될 4번째 재판에서 A씨는 유죄를 선고받을 전망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