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주목할 3가지 프로젝트[조원경의 경제·산업 답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 샘 앨트먼 오픈AI CEO가 참석한 가운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안보, 제조, 인프라는 도널드 트럼프 2.0의 3대 주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안보·통상 정책은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인 우리에게 상당히 위협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살려 강력한 제조업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내놓은 인공지능(AI) 산업 규제 행정명령을 바로 폐기하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월 20일 취임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세 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사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본다.

트럼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美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 투자”

맨해튼 프로젝트는 과거 2차 세계 대전 말, 미국이 비밀리에 진행한 핵개발 프로젝트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로 미국은 원자폭탄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재정립하는 일대 사건으로 만들었다. 가공할 위력을 지닌 핵무기를 소련이 먼저 개발했다면 미국의 패권이 흔들릴 수 있어 목숨을 걸고 결기를 다진 프로젝트였다. 핵무기 개발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후 미소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지금에 와서, 미-중 패권 전쟁이 진행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패권을 잡는 자가 이 세계를 장악하고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AI는 안보, 제조, 인프라 모두에 관련된 핵심 이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펼쳤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은 오히려 이를 발판으로 해서 AI 시장의 성장 발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미국의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국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린 2025년 1월 21일에 맞춰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소프트뱅크 그룹, 챗GPT 개발사인 오픈(Open)AI,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의 AI 패권을 주도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이다. 오픈AI는 오라클과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와 함께 최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2029년까지 미국에 설립하는 새로운 합작 법인 ‘스타게이트(Stargate)’가 탄생한다. 3사는 공동으로 1000억 달러를 출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는 지난해부터 협력해 스타게이트라는 동명의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이었다.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MS는 자사 블로그에서 오픈AI에 연구 및 모델 훈련을 위해 자사 이외에 추가 컴퓨팅 용량을 구축하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MS는 더 이상 오픈AI의 독점 클라우드 공급자가 아님을 공식 발표했다.

아마존에 이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점유율 2위인 MS는 오픈AI에 2019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분 49%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오픈AI가 MS 외에도 여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허용했다. 자본은 소프트뱅크 그룹, 운영은 오픈AI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엔비디아, MS, Arm 등이 기술 파트너사로 합류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MS는 스타게이트에 직접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다.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Azure)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 권한을 발동하여 AI 시설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조롱하며 소프트뱅크의 자금은 100억 달러도 되지 않고 돈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불쾌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트럼프는 머스크의 반응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규제 완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효율부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머스크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AI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트럼프의 AI 맨해튼 프로젝트는 스타게이트를 넘는 광범위한 프로젝트다.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 연구개발 및 산업투자 증대, 국방 분야에서의 AI 적용 확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을 도모하려는 야심이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 사업으로 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에서 적은 비용으로 챗GPT의 초기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보이는 거대언어모델인 딥시크(DeepSeek)가 탄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딥시크가 긍정적이라며 미국 역시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수도 프로젝트

트럼프 대통령 1기에서 그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해 사기(scam)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매우 비우호적이었다. 당시 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관심이 높았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전 CBDC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왔으며, 선거 캠페인에서도 “CBDC의 생성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전의 입장과 180도 변한 것이다. 미국을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을 띄워주기 위한 연방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개시됐다. 그는 1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상화폐 실무 그룹’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하지만 디지털 자산에 관한 실무 조직을 만들어 규제 및 입법 제안을 포함한 ‘포괄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국가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혹시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통해 미국 달러 가치를 높이려 하는 것은 아닐까?

스테이블코인이란 일반적으로 통화의 가치를 기본 담보 대상에 연결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의 유형으로 안정적인 현금의 특성을 지닌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한다. 미국 부채관리국은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이 단기채 수요를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인 USDC의 경우, 담보의 86%가 미 국채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량이 늘면 그만큼 미 국채의 수요도 커지는 구조다. 미 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 대신에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을 내세우면 본심으로는 미 국채 발행에 따른 국채 금리 인상을 막고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지배력 유지와 강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국채 수요가 늘면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 통화의 가치가 높아진다. 이점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통해 미국의 국채 대량 발행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 가치의 급락을 방지할 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도 말이다. 가상자산이 미국의 미래 경쟁력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내심에는 미 달러에 대한 국제적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야심이 담겨있다. 비트코인 외에 리플, 카르다노 같은 가상화폐의 전략적 자산화는 가상자산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로비한 사항이다.

보편적 관세 프로젝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전기차를 비롯하여 친환경과 관련한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엔 감세를, 다른 나라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말을 여과 없이 발언했다. 대외수입청이 징수할 엄청난 관세 수입이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이루게 한다는 말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당사국이다. 한미 FTA도 다시 손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한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아직은 없다. 행여 미국이 재협상 여부를 꺼낼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는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 중국에 추가 관세를 60%가 아니라 10%를 부과하겠다고 발언했다. 원래의 목표에서 상당히 비껴간 내용이다. 10% 추가 관세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에 추가로 부과된다. 트럼프 1기 때의 이 관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유지되고 강화됐다. 취임 첫날 그는 멕시코, 캐나다에서는 25%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멕시코 이외 국가에 보편적 관세 부과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관세뿐 아니라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징벌적 세금’ 방침을 언급하며 세금을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그가 발표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할 경우 상대국 기업에 보복성 과세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관련 행정명령을 살펴보면 취임 직후 90일간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유예하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자동차 분야가 무역수지 흑자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해소할 방법에 대해선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고려할 때 미국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보편 관세를 매길지 여부에 대해선 행정명령에 따르면 4월 1일까지가 조사 기한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대미 수출이 최소 9.3%에서 최대 13.1% 줄 것이기에 만반의 조치를 하여야 할 것이다. 알래스카 개발, 소형모듈형원전(SMR) 등 에너지, 조선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도 적지 않기에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육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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