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은 ‘포식자’…한국, 중국과 관계 강화해야”

딘 베이커 영국 CEPR 수석 연구원 인터뷰

트럼프, 본질보다 외적인 것에 더 신경

EU 등 세계 각국 부가세 없애긴 힘들어

한국, 다른 무역파트너 연대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달은 혼란스럽다(chaotic)는 말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 상대의 약점을 갖고 괴롭히길 좋아하는 트럼프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딘 베이커는 지난 19일 헤럴드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 달간의 상황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본질(substance)’보다 ‘외적(appearance)’에 더 신경 쓰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동이 합리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현 국정 공백 등 어지러운 정치상황을 이용해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 압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다른 무역 파트너와 연대해 관세에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선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제언했다.

다음은 베이크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한 달,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달은 ‘혼란스럽다(chaotic)’는 말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항상 문제가 생겼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트럼프가 ‘본질(substance)’보다 ‘외적(appearance)’인 것에 더 신경 쓰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적으론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를 앞세워 부서와 기관을 폐지하는 등 정부 개혁을 추진하는 게 큰 문제다. 이러한 조치는 명확하게 헌법을 위반하기에 법원에서 제동을 걸고 있지만 트럼프가 이에 따를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의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상호관세도 예고했다.

▶트럼프가 이 관세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관세는 미국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실제로 비용을 인상함으로써 제조업의 새로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는 잘 정의돼 있지도 않다. 그는 부가가치세(VAT)를 관세로 취급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관세를 낮추도록 설득하려고 할 것이며 이를 없애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관세도 예고했다.

▶트럼프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흑자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세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려한다는 점에서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가 중간재라는 점에서도 반도체를 사용하는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미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자동차와 기타 고가의 내구재를 미리 구매하는 등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국정공백 상태에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트럼프는 상대의 약점을 갖고 괴롭히길 좋아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보다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현재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한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모범적인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보다 더 책임감 있는 무역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의 매우 가까운 동맹국이었던 한국에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트럼프 관세에 어떻게 대응하나.

▶EU는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고 떠날 수 있도록 그에게 어떠한 ‘외형적인 양보(cosmetic concession)’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 같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EU가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 중국에도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이끌고 있다. 궁극적인 의도는?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통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우크라이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러시아에 양보하는 것은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가족과 지인들이 고급 호텔 운영과 콘도 판매로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인종 청소’ 계획은 매우 피비린내 나며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가들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미국과의 협상에서 ‘아부의 기술’이란 말이 나온다.

▶그래선 안 된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에서 역할을 다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무역 시스템을 포함해 국제법과 국제 제도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세계는 미국을 수십 년 전의 국가가 아니라 현재의 상태로 대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가 아닌 ‘포식자(predator)’다.

-세계 자유무역 등 국제사회 질서는 어떻게 보나.

▶자유무역의 혜택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대가를 치를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가져야 할 최선의 길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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