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큰 액침냉각유 개발 한창
다양한 실험 위해 과감한 투자
작년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출시
“ESS시장 겨냥 제품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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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 직원이 S-OIL 액침냉각유를 소개하고 있다. [S-OIL 제공] |
#. 26일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S-OIL 기술개발(TS&D) 센터의 엔진조정실. 조정실 한켠에 설치된 0.5톤 규모 탱크 안에는 180ℓ 규모의 액침(液浸)냉각유가 채워져 있고, 그 곳에는 데이터센터 서버가 잠겨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흡사 물에 잠겨 있다 착각할 정도로 액체 속 서버 형태가 육안으로 선명히 보였는데, 서버는 전원이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일정 온도가 유지되며 이상 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심지어 서버에 붙은 라벨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2023년 1444억원을 투자해 준공한 TS&D 센터에는 S-OIL 신사업의 연구개발(R&D)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 신사업인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플루이드(유체)에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대비 효율이 높고 전기료가 적게 든다. 특수 플루이드 역할을 하는 액침냉각유는 윤활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날 기자가 살펴본 액침냉각유는 약 3개월동안 성능 테스트를 받았다. 액침냉각유에 담겨진 서버를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것처럼 작동시키고 높은 열을 가하는 것이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서버는 액침냉각유 덕분에 일정 온도를 유지하며 작동했다. S-OIL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고인화점(불이 붙는 가장 낮은 온도가 250도인 것)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도 이 같은 실험을 거쳤다.
박기수 S-OIL 윤활R&D팀 책임매니저는 “타 개발사는 액침냉각유 테스트를 약 1개월 진행하지만, S-OIL은 제품 성능을 확실히 보증하기 위해 3개월에 거쳐 실험을 한다”고 했다.
S-OIL은 액침냉각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액침냉각 탱크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새로 설치될 액침냉각 탱크에서는 액침냉각유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액침냉각 탱크는 물론 테스트에 사용되는 서버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만 각각 수억원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S-OIL이 액침냉각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터센터 서버는 물론 ESS, 배터리 모두 가동 시 높은 열이 발생하는 만큼 열을 안전하게 식힐 수 있는 액침냉각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2년 3억3000만달러(4780억원)에서 2032년 21억달러(3조44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영오 S-OIL 윤활영업부문장은 “현재 공랭식과 액침냉각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부분 액체냉각 방식 즉 DTC(Direct-to-Chip)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고객사가 액침냉각 기술의 전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향후 GPU 서버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액침냉각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서버의 전력 소비량 및 발열량이 늘어날수록 액침냉각유 장점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OIL은 2023년부터 액침냉각유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발 역사는 짧지만 풍부한 R&D 인력과 높은 품질의 윤활유를 앞세워 이른 시일에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 1년 만에 e-쿨링 솔루션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글로벌 액침냉각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 정유사인 쉐브론과 글로벌 최대 정유 기업인 쉘이다. 특히 쉐브론은 14년 전인 2011년부터 액침냉각유 연구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한국 정유사들은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국내 최초로 액침냉각 시장에 진출한 SK엔무브는 SK텔레콤, 영국 아이소톱과 함께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기술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GS칼텍스는 2023년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 GRC로부터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인증을 획득했다.
S-OIL은 국내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고,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액침냉각유 테스트에 사용되는 장비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물론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위생협회(NFS)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박 부문장은 “액침냉각형 ESS 시장은 이미 수요가 형성돼 있는 만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라며 “(사업 강화를 위해) 서버 업체들은 물론 고객사인 IT·ESS·배터리 업체 등과 협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