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정보 격차를 넘어 디지털 포용으로, 모두를 위한 디지털


복지제도의 부조리를 비판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효율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목수로 평생을 살아온 주인공은 관공서에서 실업수당을 청구하려고 하나 익숙하지 않은 인터넷과 컴퓨터가 그를 가로 막는다. 컴퓨터 근처도 가보지 않은 “연필 시대 사람”이라고 항변해 보지만 디지털화된 절차 앞에서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를 도우려는 공무원의 손길은 디지털 원칙에 대한 나쁜 선례로 치부되고 좌절된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사회적, 경제적, 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하여 지능정보서비스, 관련된 기기,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발생하는 차이를 말한다(지능정보화 기본법 제2조 제13호). 영화 속 주인공은 부당한 정보격차의 피해자다. 디지털기기와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거나 신체적 어려움으로 이에 접근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은 이러한 정보격차에 더욱 취약하다. 정보격차가 국민으로서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와 이익의 제약으로 작용할 때 이는 좌시할 수 없는 인권의 문제가 된다.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마련된 입법인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도 25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보격차의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초기 정보격차는 다소의 불편 또는 비효율의 문제였다. 디지털을 통하여 정보와 편익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을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이 되는 시대에 정보격차는 당사자가 극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와 서비스가 온라인과 디지털기기를 통해서만 제공되면 그러한 매체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집단은 그 정보와 서비스의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필수적인 방역 정보와 서비스 다수가 온라인으로만 제공되면서, 정보격차가 생존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최근 정보격차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키오스크(Kiosk)다. 터치스크린 등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하여 제공하거나 서류발급, 주문ㆍ결제 등을 처리하는 기기(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3항)인 키오스크(무인정보 단말기)는 설치되지 않은 매장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확대될수록 그 사용이나 접근이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권은 크게 위협받는다. 지능정보화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키오스크 편의 제공 규제를 마련하여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2025년 1월 국회를 통과하여 2026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디지털포용법”은 이러한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시대에 모든 국민의 디지털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으로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디지털포용법을 모든 국민이 디지털기술 및 서비스의 혜택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누리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틀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전문가로 구성된 하위법령자문단을 운영할 예정임을 밝혔다. 디지털포용법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기본법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디지털시대의 편의와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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