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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라운드(Round)는 WTO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 질서가 될 것이다.” 지난 7일 미국의 상호 관세가 발효된 직후, 美무역대표부(USTR) 그리어 대표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한 말이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우방도 혈맹도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목도했다. 미국처럼 요란하지 않지만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EU가 부과하는 탄소국경세(CBAM)는 미국 관세보다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선언적이거나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이다. 이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더 가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나갈 많은 전략과 대안 가운데 ‘환경’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산업의 환경 경쟁력‘이다. 당장 5개월 후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세는 철강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된다. 철강산업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부담할 탄소 비용이 내년 851억원에서 2034년에는 5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대한상공회의소, 2024). 이는 우리 기업들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환경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수출 한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핵심은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빠른 전환과 규제대응력 강화다. 이제는 상품 자체의 품질과 기술력만큼이나,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 저감 여부가 기업들의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의 산업 경쟁력‘이다. 환경은 이미 경제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약 900조원 규모이지만, 글로벌 환경산업 시장 규모는 2000조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가 제조업 성장에 주력하는 동안 선진국은 환경시장을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왔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환경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우리 환경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 환경산업에서도 민관협력(PPP)을 통한 글로벌 경쟁우위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금융·인력·외교가 포함된 PPP체계를 구축하고, 공공과 민간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울러 국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을 수출형으로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벤처캐피탈이 35조원을 투자한 110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국내 기업은 한 군데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실증화가 어렵고,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우리 현실 속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은 기적에 가깝다.
빌 게이츠는 “혁신 기술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야 말로 혁신”이라고 했다. 관련 기술의 범위가 넓고 R&D 주기가 긴 환경산업의 특성상 기술, 인력, 시장이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은 스타트업 성장의 기본이다. 2019년부터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 5년간 1100억원의 수출 성과를 이뤄냈고, 올해는 포항에 ‘배터리자원순환클러스터’가 새로이 들어선다. 이 클러스터들을 품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게임체인저가 되길 기대한다.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