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빠진 유통업…정산기일 단축, 규제 아닌 인센티브로”

한국유통학회·유통법학회 공동 세미나
“획일적 정산주기 단축땐 유통사 위기”
공정위 “업계 상황 고려, 제도 개선을”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유통산업 변화의 흐름 속, 상생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강승연 기자]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납품대금 정산기일 단축 요구가 거센 가운데,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날 한국유통법학회·한국유통학회가 공동 개최한 ‘유통산업 변화의 흐름 속, 상생의 길을 찾다’ 세미나에서 자율적인 정산주기 단축 참여 방안을 제안했다. 정산기일 단축을 법적으로 강제하면 기업 재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정산기일을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로 줄이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적용 대상은 중개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규모 1000억원 이상이다. 현행 법상 정산기일은 직매입 기준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특약매입 기준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 모두 저상장 고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산주기를 단축하면 현금전환주기(CCC)가 증가하며, 이는 신규 투자 및 점포 운영 축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대형 유통사의 구조적 위기 가속화로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획일화된 정산주기 단축 적용이 아닌, 업태별 상황을 고려한 차등 적용과 자발적 정산주기 단축 관행 등 선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발적 정산주기 단축을 위한 방안으로는 인센티브 부여 방식이 논의됐다. 현재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통해 유통업체의 대금 조기 지급 현황을 살펴보고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대금 조기 지급 항목에 대한 가점은 총점 100점 중 6점으로 비중이 작다.

토론에 참여한 박종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재 공정거래 이행평가에서 대금 지급 평가 비중은 낮지만, 유통 사업자들이 좋은 평가를 위해 법정 기한보다 앞당겨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혜택을 강화해 자발적 대금 주기 단축을 유도하는 방향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균 공정위 유통대리점정책과장은 “대금 지급 기한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유통업계의 대금 지급 실태 조사와 유통·납품 업체들 의견을 듣고 있다”며 “업계의 거래 현황, 기술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유통산업 변화의 흐름 속, 상생의 길을 찾다’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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