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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상가 건물에 현지어와 함께 중국어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의뢰인은 범죄 조직원들이 한국에서 자신을 찾아올까 봐 매우 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한 캄보디아 범죄 피해인의 법률 대리인인 오화택 변호사는 “불안 증세가 심해 외출이나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던 한국인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가까스로 탈출해 귀국한 이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30대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캄보디아 채용 광고를 접하고 5월에 그곳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범죄단체로, 4개월 감금당했다가 한인회 도움을 받아 간신히 탈출해 귀국했다. 악몽의 캄보디아를 탈출한 지 1년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감에 시달린다.
▶악몽의 캄보디아 = A씨가 접한 구인 게시물은 캄보디아에서 달마다 못해도 3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이었다. 권고사직을 당한 후 자신감이 떨어진 A씨에게 구인자는 “당신과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항공권은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해왔던 업무 경력을 살리고 동남아시아 고객들 상대로 영어 실력도 쌓을 기회일 거라고 A씨를 유인했다.
오화택 변호사는 “범죄 조직이 의뢰인에게 제시한 조건이 매력적이면서도 현실적이어서 꽤 그럴듯하게 보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 변호사는 “‘어쩌다 속느냐’는 반응이 있던데 이 정도면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분야에서 5년여 정도 연차가 쌓인 경력자인데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자세한 설명을 내놨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 국제공항에 내려 조직 쪽에서 제공한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구타를 당했다. 오 변호사는 “공항에 마중을 나온 범죄 조직이 의뢰인을 차에 태웠고 의뢰인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A씨는 그길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다. 오 변호사는 “범죄 조직이 의뢰인을 데려간 곳은 수도 프놈펜에서 많이 벗어난 정글이라고 하더라”며 “의뢰인 설명으론 정글 안에 어느 자택 하나가 아닌 단지가 조성돼 있었는데 범죄 집단이 요새를 꾸리고 있는 곳이었다”고 했다. 그곳에 감금된 피해자는 A씨 뿐이 아니었다. 대다수 비슷한 수법으로 끌려온 한국인들이었다.
오 변호사는 “의뢰인이 감금되었던 동안 몽둥이로 맞고 지금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욕설과 고문, 폭행이 있었다”고 했다.
A씨를 감금하고 구타한 조직 대부분은 중국인들이었다. 오 변호사는 “캄보디아에서 의뢰인의 보스들이 다들 중국계열이었다”며 “지금 수사는 대체로 캄보디아 현지의 본범보다는 의뢰인 같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 한국인 중간책 등을 잡는 데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구조되더라도 불안감 호소 = A씨는 한 계절을 꼬박 채우고 한인회의 구조를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 A씨는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오 변호사는 “의뢰인이 다녀오고 나서 외상으로 인한 치료도 받았고 지금도 정신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여권과 통장 등을 모조리 빼앗겼다. 그의 이름으로 된 통장은 한국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 등 사기를 치는 대포통장으로 활용됐다. 전국 각지의 경찰서에서 A씨의 통장에 입금한 사기 피해자들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현재 A씨는 사기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오 변호사는 그의 명의 도용 소송도 대리하고 있다.
외국에서 어려움운 상황에 처한 한국인을 조력하는 비영리단체 한인구조단 관계자는 “해외 취업사기를 당한 뒤 감금됐다가 구조돼 돌아온 분들은 위협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며 “자신과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싹 바꾸고 저희와도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