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에 여친과 결별, 직장까지 잃었는데” 막막한 병원비 큰 힘을 얻었다 [세상&]

유급휴가 없는 이동 노동자 등에 입원·건강검진비 지원
1일 기준 9만4230원, 최대 132만원 지급
수혜자 70% 이상이 40~60대 중장년층


거리에 설치된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홍보 현수막.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2년 8월 무더운 어느 날, 출근을 하는데 갑자기 말이 안 나오고 몸이 왼쪽으로 쏠렸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뇌경색’이라더군요. 40대에 중풍이라니…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와도 헤어지고 직장까지 잃었죠. 이후 프리랜서로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됐지만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도 받아야 했기에 생활비가 모자랄 지경이 됐습니다. 그렇게 카드값을 걱정하며 걷던 중 우연히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00, 45)

질병이나 부상으로 아파도 생계 걱정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노동 약자의 소득 공백을 메워주는 서울형 입원 생활비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원 금액을 높여 1일 기준 9만4000원, 연 최대 132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유급휴가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즉 5인 이하 사업장이나 일정한 사업장에 속해있지 않은 프리랜서 노동자는 유급휴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로 일용직 노동자, 1인 소상공인과 배달 기사, 대리기사, 화물차주와 같은 이동 노동자 그리고 가사관리사, 방문교사, 방문 판매원 등의 방문 노동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쉬게 되면 고스란히 소득이 줄게 돼 아프거나 다쳐도 잘 쉬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서울형 입원 생활비는 이런 노동 약자를 위해 입원 13일(입원 연계 외래진료 3일 포함), 공단 일반건강검진 1일에 대해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택배노동자가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DB]


지원금은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 기준인 1만1779원에 8시간을 더해 1일 9만4230원이 지급된다. 연 최대 132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민 중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다. 소득 기준은 2025년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이고 재산은 3억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다만 생계급여(국민기초생활보장, 서울형 기초보장, 국가형·서울형 긴급복지지원), 실업급여, 산재보험 급여 수혜자는 중복 지급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출산·요양 목적의 입원이나 외국 국적자, 사망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입원, 진료, 검진 전월 말일 기준 이전 90일 동안 24일 이상 일하였거나, 45일 이상 사업장을 유지해야 자격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신청은 각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방문하여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도 신청 가능하다”며 “다만 퇴원일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일로부터 180일 이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은 지난 2019년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당시 1월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6월부터 시행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2024년까지 총 3만606명에게 총 173억5331만원의 서울형 입원 생활비가 지원됐다. 특히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42명이 증가한 총 5333명이 1인 평균 72만8000원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지원 대상을 분석한 결과 남자 2828명(53%), 여자 2505명(47%)이 지원받았다. 나이별로는 60대(28%)가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25%), 40대(20%) 순으로 4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서울형 입원 생활비 현황을 보면 지난 2022년 6076건, 2023년에 5889건, 2024년 6389건이 신청됐다. 올해는 10월 24일까지 5514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올해 지급된 생활비를 근로 유형별로 보면 일용직 근로자가 538건, 노무 제공자가 610건, 기타 근로자 908건, 개인사업자 1940건으로 나타났다.

병원 검진 모습. [헤럴드DB]


서울시 관계자는 “가구원 수별로는 1인 가구(44%)와 2인 가구(30%)의 지원 비율이 높아 특히 중·장년층의 1~2인 가구가 질병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우선지원대상자는 지난해까지 이동 노동자만 있던 것에서 올해 방문 노동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서울형 입원 생활비 사업이 시작된 지 7년이 됐지만 아직 이 제도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는 점은 서울시가 가진 고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매체 홍보 등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사업을 모르는 분도 적지 않다”며 “노동 약자들이 생계 문제로 건강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 일수 확대, 지원금 상향 등을 꾸준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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