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투자, 기업 GP 허용해야”

여야 “GP 허용해야 세계 경쟁 생존”
금산분리규제에 펀드조성·운영 불가
CVC로는 대규모 투자 조달 어려워
日·대만, 규제 허물고 반도체 지원
“한국도 첨단투자 지원체계 시급”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첨단전략산업 선점을 놓고 벌어지는 글로벌 전쟁에서 한국이 생존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기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제도 개정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의 GP(펀드 관리·운영 역할) 허용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첨단전략산업 기업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는 생존조차 어려운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현장 경험이 많은 기업이 GP로 참여해서 장기적인 자본조달과 함께 성장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글로벌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를 직접 경영하지 못하고 있다. 강 의원은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의 펀드 관리 및 운영을 허용, 인공지능(AI)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가 첨단 전략 산업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오픈 AI 주도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450조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대만 반도체기업 TSMC는 미국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 투자에 22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은 유럽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11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AI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달러(약 143조원)의 비전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애플은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과 함께 약 108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하는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강 의원은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CVC 개정 수준이 아니라 자본조달의 새로운 방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지주사 소속 CVC는 100%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둘 수 있고 투자금 조성 때도 외부자금을 40%까지만 받을 수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국정감사에서 CVC 제도 개선을 언급했지만, 추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일본 소프트뱅크 등 다수의 산업형 집합투자기구들이 엔비디아나 인텔에 투자하며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CVC 제도 개선만으로는 첨단전략산업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 GP 기능 도입 등 창의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CVC 투자 방식은 현재 평균 프로젝트당 투자금액이 약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CVC 방식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하나도 건설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CVC 방식과 같은 벤처캐피털 모델은 활용가치가 있지만 벤처 기업과 신기술금융회사 중심 투자에 용도가 제한돼 있다”며 “AI, 반도체, 바이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GP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설투자와 CVC는 구분된다”며 “기업들이 (시설투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부도 나서서 그 문제 해결 위한 대안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첨단전략산업 대규모 투자를 위해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만큼 정부가 나서서 자국 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계는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각종 규제를 허물고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1조8000억엔(약 18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이 경제산업성 산하 기관인 정보처리추진기구(IPA)를 통해 정부 예산으로 라피더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라피더스가 일본 민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경우 이에 대한 채무 및 이자 지급 보증도 맡는다는 내용의 정보처리촉진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일본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의 채무 보증을 서는 일은 이례적이다.

대만은 2023년 여·야 합의로 첨단기술 지원을 위한 대만판 반도체법을 통과, 투자와 고용을 총력 지원 중이다. 법에는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등 전략산업 연구개발비용의 25%, 시설투자의 5%에 대해 세액공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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