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사진 기사에 포착돼 SNS 스타 등극…“수사 중인 형사일 듯” 관측 무성
실제론 평범한 15세 고등학생…“신사가 되는 것이 좋다”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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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도라맨’이 자신의 신분을 “저는 그냥 학생이에요”라고 밝히는 장면[CNN 틱톡 캡처]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 10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아마추어 절도범이 1500억원 규모의 왕실 보석을 훔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 당시 수색 현장에서 포착한 사진 한장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조끼가 더해진 정장에 트렌치코트를 위로 겹쳐 입은 남성이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살짝 비켜 쓴 중절모(페도라) 챙 밑으로 카메라 너머를 응시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기 때문.
셜록 홈스나 에르퀼 푸아로 같은 명탐정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 속 남성의 착장은 바로 옆 무장 경찰관의 엄중한 분위기와 크게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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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도난사건 발생 후 루브르 박물관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페도라맨’의 모습이 보인다. 이 사진을 기점으로 ‘페도라맨’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AP] |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이 털렸다’는 배경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이 남성을 ‘페도라맨’으로 부르며 다양한 관측을 내놨다.
명탐정 캐릭터에게서 영감을 받은 프랑스의 형사라는 관측이 많았다. 팔로어 100만명을 거느린 한 엑스(X) 이용자는 “1940년대 누아르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저 남자는, 사실 루브르 보석 절도사건을 수사하는 프랑스 형사”라고 했다. 근거는 없었다. 넷플릭스가 이 남자 이야기를 시리즈로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냥 평범한 프랑스인이 패션 감각을 뽐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이 남자의 이미지가 AI로 생성된 가짜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까지 페도라맨을 둘러싼 네티즌의 관심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AP통신은 똑같은 사진을 ‘오늘의 사진’, ‘이달의 사진’ 등으로 선정하며 3차례나 더 발행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페도라맨이 루브르 절도사건을 해결해 1억달러 규모의 도난 보석을 찾아낼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도라맨의 정체는 파리 근처에 사는 평범한 15살 고등학생이라고 NYT 등 외신들이 11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페드로 가르송 델보. 사진이 찍힌 순간은 델보의 엄마와 할아버지가 ‘왜 박물관 문을 닫았느냐’고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던 때라고 한다.
모처럼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러 갔는데 도난사건 탓에 박물관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의 사진이 찍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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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범행 뒤 사다리차를 타고 유유히 내려오는 모습. [X캡처] |
친구들에게서 자신이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사실을 전해 듣고 “매우 놀랐다”는 델보는 주말, 휴일 혹은 박물과 방문 등 특별한 경우에 중절모를 쓴다고 밝혔다.
모자는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신사가 되는 것이 좋다. 멋지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패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루브르 보석 절도사건 해결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영상 시스템 비밀번호는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루브르(Louvre)’, 방위산업체 탈레스에 위탁한 또 다른 보안시스템의 비밀번호도 ‘탈레스’였다고 한다. 이 단순 비밀번호 탓에 최근 아마추어 절도범에게 1500억원 규모의 왕실 보석을 실제로 털리는 일이 벌어졌다. 절도 용의자는 현재 4명 체포됐지만 도난당한 보석은 아직 회수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뿐만 아니었다. 일부 보안 설비는 최근까지도 윈도2000과 윈도서버 2003으로 운영돼 왔다. 윈도서버 2003은 2015년 7월 14일 기술지원이 중단되기까지 한 운영체제이다. 2020년 프랑스 정부의 한 보험 추정에 따르면 루브르의 소장품 가치는 ‘520조원’ 규모인데, 이런 대형 박물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후한 운영체제로 버텨온 것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미 2014년 초부터 루브르에 보안 취약을 경고해왔다. 특히 전문가들이 10여년 전부터 비밀번호가 지나치게 사소하고 보안시스템이 노후화돼있다고 경고해왔는데도 박물관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감사원이 2018∼2024년 박물관 운영에 대해 감사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는 새로운 작품을 구입하는 데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히 보안 강화를 위한 예산은 제대로 편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안팎애서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