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다시 ‘줄폐점 공포’ MBK 꼼수 지적…책임론 부상

15개 폐점 보류→5개점 영업 중단
920억 공과금·국민연금 미납
김병주 회장 약속, 모두 무산



멈췄던 홈플러스의 폐업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김병주 MBK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도덕적 해이 지적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홈플러스가 ‘연내 폐업’을 예고했던 점포 관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인가 전 M&A(기업인수)까지 15개 점포 폐점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내 5개 지점 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불안한 이들은 캐셔 등 노동자다. 홈플러스는 이들 5개 지점 노동자를 전환 배치해 고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특성상 시간제 근무자가 많고, 직주 근접 일자리를 선호하는 주부나 고령층 노동자 비율이 높아 직원들의 퇴사는 불가피하다. 실제 7~8월 문을 닫은 부천 상동점, 대구 내당점에서는 직원 총 50명이 퇴사했다.

가양점 직원 A 씨는 “바로 옆에 강서점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먼 지역에 배치되면 그만 두고, 다른 시간제 근무 직종을 알아볼 생각”이라며 “폐점이 언제일까 조마조마하며 보낸 시간이 올해 3월부터 벌써 9개월째인데 본사 측은 직원들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아직 노조 측에 면담 일정을 공지하지 않은 상황이다.

나머지 10개 지점의 직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5개 폐점 지점 명단에 포함된 수도권 홈플러스 노동자 B 씨는 “올해 말까지 영업을 종료하지는 않겠지만, 매장 내 식당들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어 오는 손님들마다 ‘언제까지 영업하냐’고 묻는다”며 “매장은 줄어드는데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냐. 회사의 전환 배치 약속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내년 초까지 차례대로 일부 매장의 영업을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대형 협력 업체들이 물품 공급을 줄인 데다 각종 고정비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종합부동산세와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 총 7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억원 수준의 전기료 미납분과 국민연금까지 합치면 92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밀린 상태다.

특히 이번에 영업 종료를 예고한 5개 점포 중 대부분은 MDM그룹 계열의 MDM자산운용이 소유하고 있다. MDM자산운용은 홈플러스의 임대료 50% 인하 제안을 거부해 왔다. MDM자산운용이 소유한 10개 지점 모두 15개 폐점 지점 명단에 포함됐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면적을 사용해야 하는 대형마트 특성상 고정비 지출이 큰데, 특히 홈플러스는 건물을 통임대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더 크다”며 “임대인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줄폐업 가능성은 더 커질 것”고 봤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책임론도 다시 떠올랐다. 앞선 정치권과 만남에서 김병주 MBK 회장은 11월 중 인수자 선정, M&A 전까지 폐점 보류를 약속했지만 모두 성립되지 않았다. 검찰이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진행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숨기고 단기 채권을 발행해 회사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이다.

연내 5개 지점 영업 종료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MBK가 ‘악수’를 반복한다는 지적도 있다. MBK 경영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인수금 때문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4조3000억원 대출을 받았고, 연간 4000억원대 이자를 내왔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 점포를 매각, 경쟁력 약화로 기업회생 절차까지 밟게 됐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점포를 매각한다면, M&A가 수월하지 않을 뿐 아니라 M&A가 되어도 기업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기업인 코스트코가 국내 2위였던 홈플러스 매출을 제치면서 대형마트 업계 지각 변동이 감지된다”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공개 매각을 위한 추가 경쟁 입찰을 준비 중이다. 다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신현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