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까지 도둑맞았다” 라면에 ‘페라리’ 슬쩍…“지긋지긋한 가난” 인증샷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긋지긋한 가난’ 인증샷 [소셜미디어 갈무리]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면서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표현을 덧붙이는 ‘가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고급 차량과 명품을 자랑하면서 가난을 언급하는 게시물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부자들이 가난까지 훔쳐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00만원짜리 명품 유모차 인증하며 “지긋지긋한 가난”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긋지긋한 가난’ 인증샷 [소셜미디어 갈무리]


최근 SNS를 보면, 겉으로는 가난을 호소하면서 실제로는 경제적 여유를 반어적으로 자랑하는 식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서 기내식 라면을 먹으며 ‘지독한 가난’이라 적거나, 디올의 1500만원짜리 유모차를 구매하면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억대 포르쉐 차량 운전석에서 명품 시계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지긋지긋한 가난. 기름 넣을 돈도 없어서 오늘도 출근한다”고 적은 게시물도 있다. 고가 미술품으로 가득한 넓은 거실 사진에는 “가진 거라곤 그림 몇 개와 강아지 한 마리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공부와 절약뿐”이라는 문구가 달렸다.

“치료 포기하고 굶는 게 가난인데…놀이가 됐다”

일각에서는 실제 빈곤을 겪는 이들의 삶을 유머 소재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셜미디어 갈무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빈곤을 겪는 이들의 삶을 유머 소재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아픈지 알고 저렇게 웃음 소재로 쓰는 건가. 차라리 대놓고 자랑하는 게 더 부럽고 멋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박완서 작가의 1975년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을 언급하며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대다수가 의사, 변호사, 전문직 등 고소득층이라는 점에서다.

소설 속 여공 화자는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누리꾼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쌀이 떨어지고 엄마가 아프셔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가난이 놀이가 되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진짜 없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 같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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