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이어 ‘동’도 슈퍼사이클 조짐…“공급 부족 속 톤당 1.5만달러도 가능”

극심한 공급 부족 속 현물·선물 가격 역전
전기차·데이터센터 등 탄탄한 수요까지
귀한 몸 구리…“제련비 무료” 협상도 속속


지난 4월 칠레 랑카과 인근 마칼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구리 광산 엘 테니엔테 광산에서 광부가 구리를 녹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AF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기차·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투자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극심한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수요까지 붙게 되면 1만5000달러까지 구리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오전 코스콤체크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9일(현지시간) 전기동(고순도 구리) 현물 가격은 1만2253.3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23일 사상 처음으로 1만2000달러선을 넘어선 뒤 이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선물 가격을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장 이론상 선물 가격은 현물보다 가격이 높은 ‘콘탱고(Contango)’ 상태가 정상이다. 보관 비용 등이 반영돼 미래의 상품 가격을 더 쳐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동 27개월물은 1만1761.90달러로 현물 가격보다 500달러가량 낮다. 15개월물(1만1867.80달러)과 3개월물(1만2222달러)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찬가지로 현물보다 가격이 낮다.

현물과 선물 가격이 역전됐다는 의미는 결국 현재 수급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공급 부족이 급속도로 심화하면서 당장 구리를 구하려면 가격을 더 쳐줘야 하는 시장 상황이 연출됐다.

실물 경제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2월 19일 칠레 구리 광산업체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는 중국 제련소와 내년 벤치마크 제련비용(TC)·정제비용(RC)을 톤당 0달러에 합의했다. 구리 원자재의 수급이 워낙 불안하다 보니 제련과 정제 비용이 떨어지다 못해 이제 아예 없는 상태가 됐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4년 코브레 파나마 광산 폐쇄에 이어 2025년 그라스버그(Grasberg) 사고 등 초대형 광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2026년 공급 전망은 대폭 하향 조정된 반면, 비전통 수요 증가의 서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 우위 시장을 의미하는 ‘제련비용의 하락’은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급이 막힌 가운데 수요는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구리 수요에 더해 신기술 투자에 따른 수요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장재혁 연구원은 “2025년 글로벌 구리 수요 2810만톤 중 데이터센터, 전기차, 신재생 등 ‘비전통 수요’는 약 655만톤을 차지하며, 당사는 이 규모가 2030년 1415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거나 사상 최고가 수준인 1만2000달러가 하단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티(Citi)는 달러 약세와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가 구리 투자 매력을 높이는 강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가격이 톤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재혁 연구원은 “현재 톤당 1만달러~1만20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유인가격(Incentive Price)은 신규 공급을 유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초과수요가 해소되기 이전까지 이 가격대는 하단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구리 가격의 바닥이 구조적으로 계속 높아지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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