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넘어 반도체까지…日핵심산업 전방위 압박

중국, 반도체용 특수가스 반덤핑 조사
다음 수순 관세카드…압박강도 높여
대만발언 철회 넘어 미일동맹 흔들기
급소 찔린 일본 산업계, 불안감 확산
日보복카드, 점유율 90% 감광제 부상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보복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반도체용 특수 가스에 대한 반덤핑(부당 저가 판매) 조사를 지시하는 등 연일 일본의 핵심 산업을 겨냥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인 명분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 관행에 맞서 자국 산업 안보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측은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본 내 산업계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희토류 이어 반도체 가스…다음은 관세 부과?=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반도체와 액정 생산 공정에 필요한 일본산 특수 가스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특수 가스는 디클로로실란이라는 화학 물질로, 일본에서는 신에쓰 화학공업과 닛폰산소홀딩스 산하의 다이요 닛산이 생산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향후 1년간 해당 품목의 덤핑 판매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일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은 두 번째 산업 보복이다. 사실상 자동차, 방위산업 등 첨단산업에 핵심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사하면서 중국 상무부는 “일본 지도자가 대만에 대해 잘못된 발언을 하고, 대만 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정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보통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이어진다. 향후 일본 산업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만 발언 보복 외에 “中, 미일동맹 시험 의도” 분석 나와 = 특정 국가를 표적해 수출 통제를 하는 것은 국제적 관행에 어긋난다는 일본의 항변에 대해 중국은 7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완전히 정당하고 합법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은 문제의 근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매체들은 중국이 7일 반도체용 특수 가스에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때문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는데 주목했다. 연이은 산업 보복의 정치적 배경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이 미·일관계를 시험하려 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 정치 전문가인 사하시 료 도쿄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전통적으로 일본 외교는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단단히 고정해 놓고, 그 다음 중국과 마주하는 패턴이었다”면서 “미·중 관계가 비교적 좋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중국과 협상하던 기존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과 진지하게 외교적으로 관여하든지, 당분간은 그냥 두고 상황을 지켜보든지, 사실상 (일본에)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日 산업계 불안 확산…포토레지스트 등 ‘맞불’ 조치 분석도 = 한편, 일본 산업계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토제 조치로 자동차, 전자부품, 기계 등 핵심 산업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8일 신도 고세이 일중경제협회 회장이 전날 도쿄에서 열린 신년 행사에서 “매우 힘든 환경에서 (새해의) 막이 올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을 때, 스즈키가 3주간 생산을 중단하는 등 일본의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한 자동차 기업 간부는 요미우리 신문에 “다시 (희토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감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도요타통상의 이마이 도시미쓰 사장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면 정말로 중대한 문제가 된다며 “한미일이 거국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1년간 본격 규제할 경우 일본의 경제 손실은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는 연간 6600억엔(약6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대응할 일본의 보복 수단에 대해서도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감광제)의 대중(對中)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 반도체산업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해당 분야에서 수출을 제한하면 중국의 반도체 야심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대체재를 찾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현정·김영철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