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세 번째 도전…HLB ‘K-바이오 새 이정표’ 세울까

제조 공정 결함 보완…mOS 23.8개월 압도적 효능
기술 수출 넘어 ‘직접 판매’ 도전…수익 극대화 전략
하반기 승인 여부 판가름…항암제 개발 잔혹사 끊나


HLB 헬스케어사업부. [HLB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HLB가 마침내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재신청을 완료하며, 한국 바이오 역사상 전례 없는 도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이번 재신청은 단순한 재도전을 넘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독자적인 운영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부터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최초의 ‘항암 신약’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HLB의 여정은 험난했다. 2023년 5월 첫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으나, 2024년 5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주요 사유는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의 제조 공정 및 품질관리(CMC) 문제와 임상시험기관실사(BIMO) 관련 지적 사항이었다. 약 자체의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생산 공정이라는 ‘외부 변수’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후 2024년 9월 지적 사항을 보완해 재신청을 했으나, 또 한 번의 CRL을 받아야 했다. 1차 보류와는 달리 CMC 문제만을 지적받은 두 번째 고비였다. 이후 HLB는 항서제약과 협력해 생산 시설을 정비하고 FDA의 요구 자료를 완벽히 소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기술적 보완 외에 HLB가 쥔 가장 강력한 카드는 여전히 압도적인 임상 결과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기록한 mOS(전체생존기간) 23.8개월은 간암 1차 치료제 분야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수치다. 이미 세계적인 가이드라인(BCLC, ESMO)이 임상적 가치를 인정해 치료 옵션으로 선등재한 점도 FDA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다.

HLB의 간암 신약 병용요법은 단순히 두 약물을 섞은 것을 넘어,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고도의 전략적 조합이다. 이 병용요법의 핵심은 암세포를 안팎에서 동시에 공략하는 ‘협공’에 있다.

표적항암제인 리보세라닙은 암세포가 성장을 위해 스스로 만드는 비정상적인 혈관(VEGFR-2)을 차단한다. 암세포로 가는 영양 공급을 막아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병참선 차단’ 전략이다. 동시에 암 조직 주변의 복잡한 혈관을 정상화해, 면역 세포들이 암세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여기에 면역항암제인 캄렐리주맙이 가세한다. 암세포는 면역 세포인 T세포의 눈을 속여 공격을 피하는데, 캄렐리주맙은 T세포의 ‘면역 브레이크(PD-1)’를 해제해 암세포를 다시 공격하게 만든다. 리보세라닙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면, 캄렐리주맙이 활성화된 면역 세포를 투입해 암세포를 섬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기전 덕분에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기존 표준 치료제들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약물이 글로벌 임상에서 역대 최장 생존 기간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8년에 걸친 끈질긴 개발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리보세라닙의 역사는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미국 어드벤첸 연구소에서 발굴된 이 물질의 가능성을 알아본 HLB는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4년 중국에서 위암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으며 효능을 입증한 뒤, 2019년부터 간암 1차 치료제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CARES-310)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인 항서제약과 손을 잡고 13개국, 5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 그 결과를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했다.

진양곤 HLB 회장. [HLB 유튜브 채널 갈무리]


HLB의 이번 도전이 성공할 경우 한국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FDA 승인까지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한 사례로는 2019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있으며, 국산 항암제 최초의 FDA 승인은 2024년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기록한 바 있다.

HLB는 글로벌 임상과 허가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하며 독자적인 ‘풀 밸류 체인’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직접 판매(Direct Sales)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술 수출을 통한 로열티 수령에 그치지 않고, 미국 전역에 구축한 영업망을 통해 매출 전체를 확보하는 구조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미국 전역 36개 주 이상에서 이미 의약품 판매 면허를 확보했으며, 승인 후 3개월 내 출시를 목표로 영업 인력 배치를 마친 상태다. 이는 승인만 나면 즉시 매출이 발생하는 ‘상업화 준비 완료’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신약 허가 재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FDA는 조만간 심사 기간을 확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FDA는 보완 사항의 성격에 따라 클래스 1(2개월)이나 클래스 2(6개월)로 분류하는데, 공장 실사 보완 문제를 고려할 때 클래스 2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올해 하반기 중 최종 결과가 나온다.

HLB 측은 “이전 심사 과정에서 제시된 지적사항을 충실히 보완하는 한편, 제출 자료 전반을 다시 점검해 재신청을 진행했다”며 “FDA와의 소통에도 성실히 임해 회사가 기대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벼랑 끝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선 HLB가 ‘성공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지 전 세계 바이오 업계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