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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서민들의 삶을 옥죄던 로스앤젤레스(LA)의 주거 임대료 시장에 변화가 나타났다.수년간 이어진 ‘집주인(랜드로드) 우위’ 시장에서 세입자(테넌트)가 협상력을 갖는 ‘렌터스 마켓(Rent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AT)에 따르면, 한달전인 지난 해 12월 기준 LA 메트로 지역의 월 렌트비 중간가(Median Rent)는 2,16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4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LA 카운티 전체로 봐도 렌트비 중간가는 2,035달러까지 떨어져 하락세가 뚜렷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렌트비 갱신 통지서에 ‘인상’이라는 단어만 가득했던 것과 달리 최근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동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트 LA에 거주하는 산드라 고메즈씨는 “당연히 오를 줄 알았던 월세가 2,000달러에서 1,950달러로 내려갔다”며 “LA에서 월세가 싸지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LAT가 전했다.
렌트비 하락세는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라는 시장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2025년 한해 동안 LA 지역에서 완공된 다가구 주택은 약 1만 5,000가구 이상으로, 2024년 대비 18% 증가했다. 반면 LA 카운티 인구는 약 2만 8,000명 줄어들며 수요가 위축됐다.
그에 따라 아파트 등의 공실률은 5.3%까지 올라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이 남기 시작하자 임대인(랜드로드)들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계약되던 것과 달리, 이제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수주씩 기다리는 일이 흔해졌다. 집주인들은 ‘한 달 렌트비 면제(1-month free rent)’, ‘보증금(Security Deposit) 인하’, ‘각종 수수료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며 세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며 “노후된 아파트는 물론 경쟁이 치열한 신축 아파트들 사이에서도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하락세가 본격적인 ‘폭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가격은 2022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월 2,262달러)에 비해 약 4.2% 하락한 수준에 불과하며,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버레이크, 산타모니카, 컬버시티 등 LA 일대에서 선호도가 높은 인기 지역의 렌트비는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분석가들은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도 “공급 물량이 계속 시장에 풀리고 있어, 당분간 세입자들이 우위에 서는 시장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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