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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990년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홍세화 씨의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프랑스를 ‘똘레랑스의 나라’로 소개한다. 똘레랑스는 ‘관용’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불편하더라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는 다문화의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는 힘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최근 국영 프랑스 철도공사(SNCF)가 열차에 ‘노키즈 존’(어린이 제한구역)을 도입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SNCF는 최근 ‘파리-리옹 고속철도(TGV)’ 노선에 12세 미만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프리미엄 ‘노키즈’ 구역을 신설했다. 주로 기업인을 겨냥해 만든 상품인데, 고정 가격, 유연한 티켓 시간 변경, 라운지 이용, 음식 제공, 열차 내 정숙한 공간 등을 강점으로 앞세웠다.
특히 “전용 공간 내 최상의 안락함을 보장하기 위해 아이들은 동반할 수 없다”는 직설적인 마케팅 문구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좌파인 프랑수아 뤼팽 의원은 “스크린(휴대전화) 없는 공간보다 아이 없는 공간을 선호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내일의 어른들’의 창립자 스테파니 데스클레브는 “레드라인을 넘었다. 프랑스 제1의 대중 교통회사가 ‘노키즈 트렌드’에 굴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심리학자인 카롤린 골드망은 “호텔과 식당 및 여행 상품에서 ‘노키즈존’이 확산하는 것은 ‘교육적 해이’(laxity)가 불러온 결과”라며 훈육 부족으로 아이들이 타인에게 ‘참기 힘든 존재’가 돼 버린 것에 대한 사회적 반응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가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프랑스는 202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1945년) 이래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웃돌았다.
극우 성향의 마리옹 마레샬 의원은 “국가에 아이가 절실한 시점에 나온 한심한 반 가족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국회 출산율 조사위원회의 콩스탕스 드 펠리시 의장은 공공 서비스 및 장소에서 아동 배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민폐’라는 인식을 주면서 어떻게 출산을 장려하겠느냐”며 우리 사회가 점점 타인의 아이를 견디지 못하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SNCF는 논란이 된 마케팅 문구를 삭제하며 “서투른 마케팅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프리미엄 좌석은 평일 물량의 8%에 불과하며,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