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원 겸직, 지역발전 명분
“지도 펼쳐놓고 加 지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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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 수주 결정을 앞두고 여기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한층 정밀해지고 있다. 캐나다 전역의 주(州)별 산업 특성은 물론, 정책 결정권을 쥔 각료들의 지역 기반까지 입체 분석하고 나선 것이다. 캐나다 의회는 상원과 하원 등 양원제로 운영되는데, 현직 장관들은 연방 하원의원(MP)을 겸하고 있다.
6일 캐나다 연방 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방·조달 등 핵심 부처 장관들은 대부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의 현직 하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가적 대형 사업이 지역별 발전으로 이어져 명분을 확보하면, 핵심 결정권자들의 선택에서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방한해 한화오션 등 국내 방산기업 사업장을 잇따라 살펴본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자유당 하원의원이다. 이번 사업 수주의 ‘키맨’으로 꼽히는 퓨어 장관은 2015년 초선 이후 한 차례 낙선 후 지난해 총선에서 지역구를 되찾아왔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지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퀘백주를 기반으로 한 실세 장관들도 포진해 있다.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과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재무장관은 모두 퀘백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한 중진들이다. 특히 졸리 장관은 과거 퀘백 지역 경제 개발 담당 장관을 지내며 현지 산업 생태계를 직접 설계한 이력이 있다. 이번 수주전에서도 퀘백 경제의 도약을 이끌 실질적 성과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의 경우,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에서 2004년 첫 당선한 이후 내리 8선을 기록했다. 수주전에 뛰어든 기업들 입장에선 지역구 민심을 훤히 꿰뚫고 있는 중진 의원들이 장관으로 포진한 만큼 각 지역의 발전 요구를 꿰뚫는 핀셋형 협력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캐나다 국가 차원에서 요구하는 산업 기여도뿐만 아니라 핵심 결정권자들의 정치적 기반까지 계산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도를 펼쳐놓고 캐나다 지리 공부를 다시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 경쟁 중인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이 이미 온타리오주에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 착공을 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한화오션을 필두로 다양한 협력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수주전의 핵심인 절충교역(ITB) 요건 충족을 위해 적극 베팅에 나서고 있다. 조기 인도 등 방안 제시 외에도 경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온타리오주에 기반을 둔 현지 최대 철강업체 알고마스틸과 최대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글로벌 방산기업 밥콕의 캐나다 현지 법인과는 잠수함 기술의 이전과 정비 생태계 구축을 통한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도 캐나다 유니콘 인공지능(AI) 기업 코히어, 위성통신기업 텔레셋, 우주 기업 MDA 스페이스, 전자광학 업체 PV 랩스 등 기업과 한화 계열사가 MOU를 맺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KPMG는 한화그룹 및 계열사가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협력사업이 2026∼2040년 현지에서 2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측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원팀으로 도전 중인 HD현대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캐나다산 원유 구입 등 수조원 규모 협력을 제안했다. 캐나다가 자동차 산업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한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수소 산업 협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