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日’ 예고 한일관계는?…“中 갈등 해결 없이 韓 척지지 않을 것”

“숨 돌린 日 내각…한일관계 관리될 것”
“민족주의 외교 정책 취할 가능성 적다”
“중일갈등 지속…한중일 협력 힘들어져”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 후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가 강성 지지층의 요구대로 우경화할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일관계가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로 정치적인 기반을 다진 다카이치 총리가 역사·영토 문제에 불을 지피는 등 한국을 ‘적’으로 돌려 내부 지지층을 결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중일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관계마저 멀어질 경우 득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봉영식 연세대 객원교수는 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일관계는 계속 잘 될 것”이라며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 캠페인 때 강조한 것이 ‘강한 경제, 경제 부흥’이었는데, 이제 역사·영토 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봉 교수는 “개헌도 그렇다. 중의원에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라는 정족수는 채웠지만, 가장 급선무는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면서 “그런 면을 본다면 일본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외교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중일갈등을 국내정치에서 잘 활용해 압승했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력이 자민당 내에서 검증받은 것 아니겠느냐”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단명 정부’라는 전망을 깨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한동안은 국내정치적으로 확장 정책이나, 경제 유동성을 확장하는 정책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이달 22일 예정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일본어 명칭)의 날’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매년 이 행사에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해당 행사에 장관급인 각료를 파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일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한동안 긍정적인 한일관계의 배경이 될 것으로 꼽았다.

봉 교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적절한 해결 없이 한국과 척을 지는 위험한 정치적인 수순을 밟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과 잘 지내야 지금 최대 위협인 중국에 적절히 대항할 자산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민 교수 역시 “이제 숨을 돌린 다카이치 내각 입장에선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도 남아있고, 중국과의 관계도 남아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망가뜨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군사력 증강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한국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 교수는 “군사력을 증강하려면 국내적으로 명분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이다”라며 “미국 입장에서 일본과 함께 중국 견제를 나서야 일본의 안보가 지켜진다는 점을 내세우기 때문에 중일관계는 계속 긴장 상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교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전환)와 관련해선 “미국과 일본이 계속 추구해온 방향이기 때문에 방향성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 국내정치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한풀 꺾였지만, 미국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같은 움직임이 일정 선을 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봉 교수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에 따른 일본 내 핵잠 건조 주장 등에 대해 “일각에서만 얘기하는 것이고 지속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면서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니냐’의 수준이지, 비핵화 3원칙을 접어야 한다는 것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군사력 강화도 띄워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한국입장에선 앞으로도 중일갈등 상황에서 한일·한중 양자관계를 각각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 교수는 “한국이 한중일 협력을 해보려고 했는데 조금 더 힘들어진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 쪽으로 가면 중국과 더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가 역할 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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