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책판·번암집 책판
![]() |
|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 3점 [국가유산청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970년대 국내에서 기념품으로 둔갑돼 미국으로 반출됐던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들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책판은 저작물, 불경 등을 간행하기 위해 글씨를 새긴 나무 판을 가리킨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하 재단)과 함께 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제작된 척암선생문집 책판·송자대전 책판·번암집 책판 등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 3점’을 미국인과 재미동포 소장자로부터 각각 기증받았다.
이들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갔던 책판들로, 당시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에 기증받은 ‘척암선생문집’ 책판(1917년 판각)은 을미의병(1895) 당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김도화(1825~1912) 선생의 문집 책판이다. 당초 1000여 점이 있었으나,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19점이 일괄 등재된 상태다. 이후 2019년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독일 경매에서 재단이 1점을 구입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했고, 이번에 동일한 책판을 추가로 기증받게 되었다.
기증받은 책판은 1970년대 초 미국 연방기구인 국제개발처 한국지부에 근무하던 미국인 애런 고든이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것이다. 애런 고든이 사망하자 그의 부인 탐라 고든이 지난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기증 문의를 하던 중 재단 미국사무소에 인계돼 이번에 기증 반환됐다.
‘송자대전’ 책판(1926년 판각)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1787년 첫 간행됐다. 1907년 일본군에 의해 책판이 전량 소실됐고, 1926년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복각했다. 현재 복각한 책판 1만1023점은 1989년 대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 책판 역시 미국인 소장자 애런 고든이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해 미국으로 가지고 와 여동생인 앨리시아 고든에게 선물한 것으로, 이번에 ‘척암선생문집’과 함께 반환됐다.
‘번암집’ 책판(1824년 판각)은 조선 후기 문신관료이자 영조와 정조시기 국정을 함께 이끈 핵심인물이었던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 책판이다.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현존하고 있으며,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일괄 등재된 상태다.
이 책판 역시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한 미국인이 한국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지고 와 재미동포 김은혜 씨 가족에게 선물한 것이다. 소장자 김은혜 씨는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 미국사무소 측의 기증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이번 기증 과정에서 과거에 문화유산이 전통문화상품으로 둔갑해 국외로 반출된 사례들을 확인한 만큼, 국내외의 관계기관과 협력해 미국 내 추가 사례를 발굴하고 자진 반환을 유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9일 오전 강경화 주미대사와 함께 주 미국 대한민국대사관(이하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 대사관’ 기념동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국외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기념동판 부착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2021), 주영대한제국공사관(2023)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은 대한민국 정부가 1949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대사관을 설치한 역사적인 장소로, 1950년 6.25 전쟁을 맞아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구국외교’의 역사적 현장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