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미정’ 등록·주민번호 미부여도…외국인·병원 밖 출산 사각지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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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가가 출생 사실을 확인하고도 법적 등록이 지연되는 이른바 ‘식별된 그림자 아동’ 문제가 출생통보제 시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이후 1년 6개월 동안 직권출생등록이 유예된 아동만 381명에 달하면서, 친생추정 규정 등 관련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안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4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아동이 친자관계 소송에 묶여 출생등록이 지연됐다.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직권등록 유예를 경험한 아동 381명 가운데 약 93%는 친생부인 허가청구, 친생부인의 소, 아버지를 정하는 소 등 ‘친생추정’과 관련된 비송·소송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였다. 출생 사실은 국가가 파악했지만 친자관계 확정이 늦어지면서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이 지연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도록 한 제도로, 부모 신고 중심이던 기존 출생등록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감사원 감사에서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음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236명에 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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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입법조사처 제공] |
하지만 혼인 중 임신하거나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를 남편 또는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한 민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현장에서는 제도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혼이나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동의 경우 실제 양육 관계와 무관한 전남편이 법률상 아버지로 특정될 수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친생부인 소송 등이 선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출생등록이 미뤄진 채 ‘그림자 아동’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직권등록이 이뤄진 경우에도 문제가 남았다. 법원 허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된 아동 1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름이 ‘미정’으로 기록됐고, 주민등록번호 역시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부모의 소재불명이나 협조 거부 등으로 주민등록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방접종, 건강검진, 보육료 지원 등 기본적인 행정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족관계등록과 주민등록 절차가 분리된 현행 구조 탓에 등록은 됐지만 온전한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자택이나 구급차 등 병원 밖 출산은 의료기관 통보 의무가 없어 국가가 출생 사실을 자동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외국인·무국적 아동 역시 현행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생통보제가 ‘모든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확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일부 아동이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친생추정 규정을 현실 가족 형태에 맞게 유연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재혼 가정의 상황을 반영해 현재 배우자를 아버지로 추정하는 예외 규정을 도입하거나 친자관계 정정 절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정비해 왔다. 국내에서도 재혼 가정에 대한 친생추정 예외 규정 신설, 생부(미혼부)의 출생신고권 확대, 직권등록 아동에게 임시 이름과 관리번호를 자동 부여하는 방안, 외국인 아동까지 포함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등이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출생통보제가 아동의 존재를 국가가 인지하는 데에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과 가족관계등록·주민등록 절차가 함께 정비되지 않으면 완전한 출생등록과 권리 보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아동 중심의 법제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