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서 메달 3개, ‘람보르길리’의 시대 열렸다[2026 동계올림픽]

금 2, 동1…생애 첫 올림픽서 2관왕
강철 체력, 인아웃 코스 오가는 전략
‘롤모델’ 언니 최민정과 선의의 경쟁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길리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람보르길리’ 김길리(성남시청)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경기장 트랙을 굉음으로 질주하며 한국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에이스의 위력을 만방에 떨쳤다.

김길리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32초07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자 세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여자 1000m에서 동메달,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김길리는 첫 올림픽 출전에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최다 메달을 수확했고 유일한 2관왕에도 올랐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3개 이상의 메달을 딴 여자 선수가 나온 건 2014 소치 대회 심석희(금 1개, 은 1개, 동 1개)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 동·하계 올림픽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메달 신기록(7개)을 세운 최민정(성남시청)도 첫 올림픽 무대에선 3개의 메달을 따지 못했다.

서현고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김길리는 같은 나이대 선수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특히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체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시니어 데뷔 시즌이던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종합순위 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2023-2024시즌에는 종합랭킹 1위에 올라 초대 크리스털 글로브의 주인공이 됐다.

강점을 살린 레이스 운영도 빛났다. 장거리 종목 후반부에 인코스, 아웃코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승부를 뒤집는 장면을 연출해 왔다.

이듬해 경쟁 선수들의 집중 견제와 철저한 분석에 고전하며 세계 랭킹 1위를 내주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자신의 첫 종합국제대회인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고 심리적 부담도 안았다.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길리와 은메달을 딴 최민정이 서로 축하를 건네고 있다. [연합]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첫 메달레이스인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와 충돌해 넘어지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길리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끌며 마음의 응어리를 씻어내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마지막 코너 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빙판을 짚고 균형을 잡는 장면은 그가 어떤 부담에서 경기를 치렀는지를 보여줬다.

부담을 털어낸 김길리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마지막 메달 레이스인 여자 1,500m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이자 절친인 언니 최민정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2위를 달리던 김길리는 최민정마저 넘어서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고 두 팔을 드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4년 7월생인 김길리는 최민정의 뒤를 잇는 쇼트트랙 강국 한국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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