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정위 자진신고 감면제도 악용…과징금 감면 68% 달해”

법인 분할로 제재 회피 가능성…“제도 실효성 저하 우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감사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 과정에서 기업들이 법인 분할 등의 방식으로 과징금 감면을 과도하게 받는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있는 계열회사가 부당 공동행위를 반복해도, 법인 분할 등 방식으로 과징금 감면이 가능하다”면서 “현행 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시정명령·고발 등을 감면·면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도인데 이 과정에서 법인 분할 등의 방식으로 과징금을 감면 받도록 기업들이 악용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2~2024년 동안 부당한 공동행위 144건에 대해 총 1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8건(68%)에 달하는 자진신고 감면제도가 적용되면서 2583억원이 감면됐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기업집단이 부당행위를 한 뒤 공동감면 신청에 대한 감면 여부를 판단할 때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있는 사업자 전체를 기준으로 하고 위반행위를 일정기간 반복한 경우에는 감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하위 고시를 통해 과징금 납부실적이 있는 기존 업체만 배제하도록 해놔 법인이 이를 악용해 법인을 신설하는 등의 경우에는 과징금 납부실적이 없는 경우로 판별돼 부당행위 반복 위반 시에도 감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인 분할 또는 신설된 일부 기업집단 계열사의 공동감면 신청에 대해 납부실적이 없다는 사유로 과징금을 2022년에만 546억원을 감면해줬다.

감사원은 이에 공정거래 위원장에게 공정거래법 시행령 등의 취지와 달리 일부 신설·분할 법인에 대해 감면을 인정하는 등 불합리한 감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방안 마련을 마련하라고 조치했다.

감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매출액을 과다 추정해 심사보고서 기준 과징금이 실제 최종 부과액보다 지나치게 크게 산정·공표되면서, 기업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을 조사하며 일종의 검찰 공소장과 유사한 성격의 심사보고서에 기재한 과징금이 최종 부과액과 너무 차이가 커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심사보고서 기준 87건의 과징금을 최종 부과액과 비교한 결과, 75건(86%)에서 심사보고서상 금액이 최종 부과액의 1.9~2.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례를 살펴도 공정위는 2024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심사보고서에서 총 3조4000억~5조5000억원의 과징금 조치의견을 내부적으로 정했다고 회사들에 알렸으나 실제로 2025년 6월에 최종 의결된 과징금은 964억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과도한 금액을 전제로 의견 제출과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감사원은 공정위원장에게 최종 의결 전 과징금 부과금액을 불가피하게 공표할 경우 위원회의 심의·합의 내용을 반영하여 과징금을 산정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하라고 조치했다.

이어 감사원은 “감사결과 불공정거래 조사·처리 및 소비자보호 등에서 총 10건의 제도개선 또는 위법부당 사항 등을 발굴해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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