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국정원급 ‘가급’시설 방화 미수
‘연쇄 보안 실패’ 드러난 청사 내부 동선
통합 안내동·동선 분리 등 출입보안 강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지난해 9월 50대 남성 A씨는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민원이 원하는 대로 처리되지 않자 휘발유 약 6ℓ와 부탄가스, 토치 등을 챙겨 정부세종청사 11동을 찾았다. 그는 장관실 앞 복도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방화를 시도했으나 직원들의 제지로 30여분 만에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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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뉴시스] |
장관 집무공간 인근까지 접근한 방화 미수 사건으로 정부세종청사의 보안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가 보안 체계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1일 관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출입보안 강화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청사 방문자 동선과 건물 구조, 출입 절차를 종합 분석해 개선 대책과 시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세종청사는 대통령실·국가정보원과 같은 최고 수준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 중요시설 ‘가급’이다. 해당 사건은 경계 보안 실패 사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외부인이 내부 핵심 공간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A씨의 이동 경로가 이를 보여준다. 그는 인화물질이 든 가방을 메고 청사 정문 옆 울타리를 넘어 건물 내부로 진입해 1층 로비까지 별다른 제지 없이 이동했다. 이어 보안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인근에 배달돼 있던 생수통을 발판 삼아 유리 난간을 넘어 출입구를 통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관실이 있는 6층까지 올라갔다.
청사관리본부는 당시 주변 시설물로 시야가 가려 무단 통과를 즉시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과거 민원 방문 경험으로 내부 통과 절차 및 동선을 알고 있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청사는 정문에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주요 부처 건물 1층 로비까지 들어갈 수 있고, 방문증 발급과 소지품 검색은 그 이후에 이뤄진다. 건물 외곽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출입을 허용하기보다 내부 진입 이후 신원을 확인하는 출입 구조다. 이 때문에 외부인이 부지에 들어온 뒤 건물 진입 단계에서 차단되지 않을 경우 상층부 접근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서울·과천·대전 청사가 외부 민원동 등 별도 관문에서 신원 확인과 보안검색을 거쳐야 본관 출입이 가능한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세종청사는 부지에 들어온 외부인을 건물 진입 단계에서 다시 걸러내는 절차가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더불어 세종청사는 15개 부처 건물이 연결된 총 길이 약 3.5㎞ 규모의 초대형 청사다. 부처 간 이동 편의성과 민원 접근성을 고려한 개방형 설계였지만, 이 같은 동선 구조가 무단 침입자의 내부 이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2021년에는 마약 투약자가 약 3시간 동안 청사를 돌아다니다 장관실 인근까지 접근했고, 2023년에는 가스총 소지자가 내부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과정에서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도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서 정문(울타리)에서 신분 확인 후 로비까지 진입하는 현행 출입 절차를 보안 취약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연구용역에서는 개방형·장방형 구조와 다리로 연결된 청사 특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입보안 위협요소와 건축구조적 보안 취약요소를 우선 분석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통합 안내동(외부 민원실) 구축과 보안검색대·출입증 발급창구 배치, 직원과 방문자 동선 분리, CCTV 사각지대 해소, 스피드게이트 등 출입통제 체계 개선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3년 이내 시행 가능한 단기 계획과 중장기 보안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