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 땐 고유가·고환율 韓 복합위기”[전문가 진단]

“유가 상승-무역수지 악화-환율 상승 악순환”
“EU·중동지역 수출많은 車, 운송비 인상 등으로 타격”
“유류세 인하 등 유류 안정화 정책 및 물류지원책 필요”


사진 왼쪽부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본인 제공],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헤럴드DB],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본인 제공],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 제공],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문숙·김용훈 기자]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에너지·환율·무역·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대동맥’으로 불린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수송 차질과 해상 운임·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 기업의 원가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공 사진.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서 긴장 고조 속에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도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면서 “일단 한국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환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가 상승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업종별로 자동차의 경우 유럽연합(EU)과 중동 지역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어 운송 부담과 운송비 인상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에너지 수급 문제와 물류 차질, 수출 기업의 유동성 문제 등을 정부가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들은 물류 차질에 대비해 바이어 측에 불가피한 지연 가능성을 미리 통보하고, 복수의 노선을 고려하는 등 물류 관련 변수를 고려해 계약 조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어느 정도 장기화할 것 같다”며 “당장 유가 상승이 우려되니 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유가를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고, 물류 수송 차질 장기화에 따른 지원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성격이 강해 경제적 대응과 전망이 쉽지 않다”며 “특정 산업 영향도 있겠지만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정 등 거시적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 원화 가치 하락과 거래 위축 등으로 기업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세 문제까지 겹쳐 우리 경제 전반의 복합 리스크가 커지며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전 가능성도 거론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중동사태가) 단기적으로 끝날 수 있다”면서 “어제 뉴욕 증시 충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선 장기전으로 가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의외로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다. 이란내 반미감정이 있겠지만 군부가 서둘러 와해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빨리 가라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유가가 올라가면 미국에도 타격이 크다”면서 “호르무즈 봉쇄는 미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로 이란 군부를 궤멸시키는 작업으로 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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